물가 불씨 다시 피어오른 근원 CPI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시장의 예상을 깼습니다. 전체 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4% 상승하며 전망치에 부합했는데요, 문제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3%를 기록하며 예상치인 0.2%를 웃돌았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근원 물가가 끈적하게 버티면서 연준의 긴축 종료 낙관론은 한풀 꺾였습니다.
이번 근원 CPI 상승의 이면에는 무선 통신료 급등과 에너지 가격 폭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무선 통신 서비스 요금은 전월 대비 5.9%나 뛰었는데, 이는 AT&T와 T-모바일 등 주요 통신사의 요금제 개편과 지난해 7월 노동부의 산식 개편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한편 에너지 지수는 전년 대비 16% 급등했고, 휘발유 가격은 27% 올랐습니다. 여기에 경윳값이 갤런당 6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는데,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9월 금리 인상이 거의 확실시되다
근원 CPI가 예상을 웃돌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하루 만에 72.4%에서 86.3%까지 급등했습니다. 이제 9월 금리 인상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으며, 시장의 관심은 이번 인상이 단발성에 그칠지 여부로 옮겨갔습니다.
사실 연준이 금리를 한 번만 올리고 멈춘 사례는 1990년대 이후 1997년이 유일합니다. 리처드 클라리다 전 연준 부의장도 이번 인상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크게 봤는데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회의에서 물가가 목표치를 향해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지 않으면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끈적한 물가 흐름이 확인된 만큼, 이번 FOMC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시장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증시는 반등하고 채권은 요동쳤다
흥미로운 점은 금리 인상 전망이 커지면서도 뉴욕증시는 오히려 반등했다는 겁니다. S&P500은 0.9%, 다우와 나스닥은 각각 약 1% 상승하며 나흘간의 하락세를 끊었는데, 이는 통화정책 경로가 명확해지면서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해석이 작용했습니다. 반면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4.974%까지 치솟아 5%에 바짝 다가섰고, 단기물 중심의 금리 상승으로 수익률 곡선은 평탄해지는 베어 플래트닝 양상을 보였습니다.
향후 시장은 연준의 메시지와 중동 상황을 동시에 주시해야 합니다. 브렌트유는 주간 기준 8% 넘게 급등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송유관 중단 조치까지 더해져 공급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번 금리 인상이 물가를 꺾는 보험성 조치로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긴축 사이클의 서막이 될지는 연준의 점도표와 기자회견 이후에야 좀 더 명확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