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증시, 쏟아지는 개인 자금
증권사 지점에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증권계좌 만들러 왔습니다", "휴면계좌 살려주세요"라는 문의가 쇄도하는데요. 지난달 국내 5대 증권사 신규 계좌 개설 건수가 83만 8548건으로 9월 대비 38% 급증했습니다. 오랜 기간 거래가 없던 휴면계좌를 다시 활성화하려는 고객들도 크게 늘었습니다. 이 모든 현상은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하면서 시작된 증시 열기 때문입니다.
왕개미들의 대규모 투자 행보
지난달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큰손' 개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였습니다. 1억원 이상 대량 주문 건수가 하루 평균 2만 8729건으로 9월보다 52% 증가했는데, 이는 2021년 8월 이후 4년 2개월 만에 최대치입니다. 코스피의 일평균 시가총액 회전율도 0.57%를 기록하며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습니다. 투자자들의 거래가 이렇게 활발했던 적은 오랜만이었습니다.
투자 자금의 규모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투자자 예탁금은 85조 7136억원으로, 신용거래융자도 25조 원대를 넘어서며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죠. 특히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선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개인들은 1조 1500억원대 순매수를 기록하며 상승장에 본격적으로 합류했습니다.
삼성전자·하이닉스 주도하는 투자 트렌드
개인 투자자들의 주문이 가장 많이 몰린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였습니다. 총 6만 243건의 대량 주문이 들어왔는데, 이는 여러 긍정적 요인이 겹친 결과입니다.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엔비디아 대상 납품을 공식화했을 뿐만 아니라 이재용 회장과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회동 소식까지 더해지며 투자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주문을 받은 SK하이닉스도 4만 3787건의 대량 주문을 기록했죠.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과 역대 최대 3분기 실적 발표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원전주인 두산에너빌리티는 한미 원전 협력 프로젝트 '마누가' 수혜 기대감에 2만 9116건의 주문을 받으며 3위를 차지했습니다.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와 전망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투자 전략의 세대교체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세대 커버드콜 ETF에서는 45억원에서 56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유출되고 있습니다. 10년 수익률이 6.18%에 불과해 기초자산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인데요. 반면 2, 3세대 커버드콜 ETF로의 이동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단순한 수익 추구를 넘어 더 정교한 전략을 원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에도 코스피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SK증권 강대승 연구원은 "주요국들의 완화적 통화 정책과 정부 정책에 의한 수요 발생으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반도체 등 AI 인프라 위주의 투자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포포(FOPO)'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일부 투자자들은 고점을 의심하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죠. 미국 셧다운 장기화로 인한 고용지표 발표 지연과 금리 인하 기대 약화 가능성으로 단기적인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처럼 상반된 투자 심리가 공존하는 가운데, 시장의 다음 행보에 모든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