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닥에 잠든 빙하기의 흔적
유럽을 뒤흔든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전대미문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10개국을 관통하는 다뉴브강의 수위가 지난 5월 이후 역사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평소 물속에 잠겨 있던 강바닥이 드러났습니다. 지난 7월 29일 불가리아 북부 루세 인근 마을 주민이 강바닥에서 거대한 뼈들을 발견해 신고했습니다. 전문가들이 확인한 결과, 이 유해는 수천 년 전 빙하기에 서식했던 어린 털매머드의 아래턱뼈와 엄니, 갈비뼈로 추정되었습니다. 니콜라이 네노프 역사박물관장은 해당 지역이 과거 습지대였음을 근거로 매머드가 늪에 빠져 생을 마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냉각수 부족이 부른 에너지 대란
가뭄의 여파는 고대 유적 발굴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가동에 필수적인 냉각수 확보가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헝가리의 핵심 전력원인 팍스 원전은 다뉴브강 수위 저하로 44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가동 중단에 돌입했습니다. 국가 전력의 절반을 책임지던 시설이 멈추면서 헝가리는 값비싼 수입 전력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이며, 경제적 타격만 최대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루마니아의 체르나보다 원전 역시 다뉴브강 수위 문제로 원자로를 잇따라 멈춰 세웠고, 프랑스는 산불로 인한 강 수온 상승으로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기후 위기가 묻는 인프라의 한계
매머드 유해와 원전 중단이라는 두 가지 사건은 기후변화가 우리 삶의 기반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헝가리 기상청은 앞으로 며칠간 최고 42도까지 기온이 치솟을 것으로 예보하며 폭염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수력발전과 화물 운송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등 유럽 전역의 인프라가 기후 위기 앞에서 속수무책인 상황입니다. 과거의 유적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자연의 경고일지도 모릅니다. 극단적인 기후 변화 속에서 전력망의 안정성을 지키고 치솟는 에너지 비용을 감당할 대책이 시급한 국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