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힘으로 돌아온 '형극의 길'
2026년 6월 5일 오후, 국회 본청 계단에 검은색 정장 차림의 한동훈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그는 지지자 200여 명의 환호 속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무소속으로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그는 2024년 12월 3일 밤의 결단을 두고 "정치적 형극의 길을 걸었다"고 회고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길을 걷겠다"며 후회 없는 선택임을 분명히 했고, 시민의 힘으로 돌아왔으니 지역 발전과 보수 재건, 그리고 권력의 폭주를 막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그의 등원에는 김성원, 한지아 의원 등 친한계 의원들이 마중 나와 뜨거운 지지를 보냈습니다.
818호와 악수, 엇갈린 국회 풍경
같은 날 국회에는 다른 당선인들의 행보도 주목을 끌었습니다. 인천 연수갑에서 돌아온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사용했던 국회의원회관 818호를 배정받았습니다. 그는 SNS에 이 대통령의 뜻이 이어졌다는 상징성을 부각했습니다. 경기 평택을의 유의동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한동훈 의원과 반갑게 포옹하며 재회를 반겼습니다. 두 사람은 2023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정책위의장으로 함께 일한 인연이 있습니다. 유 의원은 의회민주주의 복원과 정파를 넘은 협력을 강조하며 국회가 국민 삶의 균형추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모든 장면이 화기애애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은 의원 선서에서 "다수당에 안 좋은 기억이 있다"고 언급하자, 민주당 의원석에서는 즉각 야유가 터져 나왔습니다. 서로 다른 정치적 온도가 22대 국회 후반기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는 듯했습니다.
보수 재건의 명분과 당내 지도권 다툼
한동훈 의원의 등장은 국민의힘 내부에도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번 재보선으로 민주당은 4석 줄어 161석, 국민의힘은 3석 늘어 110석을 확보했습니다. 숫자상 변화는 크지 않지만 당내 분위기는 급변했습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1년을 "비굴함"이라 칭하며 눈물로 사의를 표명했고, 오는 9일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김도읍, 정점식, 성일종 의원이 출마할 예정입니다. 오세훈, 유의동, 한동훈을 중심으로 한 개혁파의 입성과 함께 장동혁 지도부를 향한 총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한 의원은 장동혁 대표의 거취에 대해 "시민들이 이미 결정해준 것"이라며 사실상 책임론을 직격했고, 국민의힘 복당에 대해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과거 비대위원장 시절 조건 없이 사퇴했던 자신의 전례를 상기시킨 발언입니다. 그는 상임위 배정과 관계없이 이재명 정권의 공소취소 시도에는 앞장서서 반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며, 무소속이라는 이름표 뒤에 숨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오세훈 시장과 한동훈 의원이 차기 대선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