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금지 카드, 왜 다시 나왔나
중동 전쟁으로 경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찍으면서 미국 내 연료비 부담이 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경유 수출 금지 가능성을 언급했는데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체감 물가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 겁니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곧바로 실효성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백악관은 90일간 수출을 막는다는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도 전면 금지는 없을 것이라며 정유사들의 자발적 감축을 유도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습니다. 주정부가 착색 경유 유통을 늘리거나 주 세금을 감면하도록 장려하는 대안도 검토 중입니다.
시장이 먼저 움직였다
금지 가능성만으로도 가격표가 흔들렸습니다. WTI 선물은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최대 12.02달러 낮게 거래돼 5월 이후 가장 큰 할인폭을 기록했는데요. 수출이 막히면 정유사들이 원유 처리량을 줄일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실제 금지가 이뤄지면 미국 정유사들은 하루 200만 배럴 이상, 전체 처리량의 약 12%를 줄여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경유 가격이 내려갈 수 있지만, 생산 감축이 휘발유값을 밀어올리고 장기적으로 경유값이 다시 뛸 위험도 안고 있습니다. 해상운임 급등으로 미국 원유 수출은 7~8월 하루 372만 배럴로 3개월 연속 줄어 2월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유럽은 "나쁜 생각"이라며 설득전
유럽연합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집행위원회는 이 방안을 "나쁜 생각"이라 규정하고 우려를 표명했는데요. 러시아산 금지 이후 유럽의 미국산 경유 의존도는 급증해, 올해 3~7월 25% 수준이던 수입 비중이 8월에는 60%를 넘어섰습니다. 미국이 경유를, 유럽이 휘발유를 주고받는 구조라 보복성 제한이 나오면 미국 북동부가 먼저 타격을 입습니다.
업계에서는 자발적 수출 제한이 반독점법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유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글로벌 정제마진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관건은 국내 가격을 누르면서 세계 시장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느냐인데, 아직 뾰족한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