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좁아지는 안전 통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에게 하루에 두 차례, 특정 시간대에만 운항할 것을 공식 권고했습니다. 미 해군 해상운송협력·지침센터(NCAGS)가 이달 초부터 시행한 이 조치는 그동안 넓은 시간대에 걸쳐 제공하던 공중 방어 지원을 집중시키기 위한 취지입니다. 사실상 제한된 군사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되는데요.
이번 권고는 지난 2월 28일 분쟁 발발 이후 이란의 공격을 받은 상선이 70척을 넘어선 데 따른 조치입니다. 첨단 군용기 한 대가 한 시간 비행에만 수만 달러가 드는 상황에서, 24시간 내내 모든 선박을 호위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습니다. 미군이 특정 시간대로 운항을 제한한 건 방어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막대한 운용 비용을 관리하려는 장기전 대응 전환의 신호입니다.
드론 격파에서 기지 공습까지…격화되는 보복전
최근 미국과 이란 간의 물리적 충돌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이란은 미군이 자국 유조선 5척을 침몰시킨 것에 대한 보복으로 상선 10척을 공격했는데요. 이는 분쟁 시작 이후 최대 규모의 공격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란의 공격은 선박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 해군의 무인 수상정 '세일드론 익스플로러'를 파괴했다고 주장하며 영상까지 공개했습니다. 또한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를 미사일로 공습해 F-15 전투기 여러 대를 손상시키고 A-10 공격기 한 대의 날개를 파괴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중동 작전의 핵심 거점인 바레인 해군지원기지까지 피해를 입었는데요. 홍 카오 미 해군장관 대행은 이곳이 이란의 공격으로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공식 인정했습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요르단 기지 피해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미 국방부 관계자들의 설명과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양측의 보복전이 심화되면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내 제한구역 설정과 봉쇄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어 긴장의 고삐는 더욱 조여지고 있습니다.
장기전 그림자 드리운 해상 물동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관문입니다. 이곳에서의 운항 차질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국제 에너지 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인데요. 이번 시간대 제한 운항 권고는 민간 선박의 통과를 어렵게 만들고 해상 물동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선박중개업체 클락슨은 현재의 불안정한 상황과 운항 차질이 적어도 2027년 하반기까지는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미군도 오만 해안을 따라 제한적인 공중 방어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며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물론 단기간 내에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과 점진적 긴장 완화 가능성 모두 배제할 순 없습니다. 다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들의 안전과 국제 유가 안정성은 계속해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