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교차로에서 벌어진 참사
19일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경북 영천시 도동네거리. 대형 덤프트럭과 청소차가 서로를 보지 못한 채 그대로 부딪혔습니다. 25톤 덤프트럭과 6톤 청소차가 충돌하면서 청소차 앞부분은 완전히 파손되었고, 차량은 두 동강이 났습니다. 현장에는 덤프트럭에 실려 있던 흙이 도로에 쏟아지고 신호등 기둥마저 뽑혀 넘어지는 처참한 모습이 펼쳐졌는데요. 인근 주민들은 새벽에 들려온 굉음에 잠에서 깬 뒤 뒤집힌 차량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고 전했습니다.
이 사고로 청소차에 탑승하던 환경미화원 3명이 모두 숨졌습니다. 희생자들은 40대 1명과 60대 2명으로, 영천시 생활폐기물 수거를 맡은 민간 위탁업체 소속이었습니다. 이들은 새벽 청소 작업을 위해 근무지로 이동하던 중이었으며, 일터에 도달하기도 전에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덤프트럭을 몰던 70대 운전자 역시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습니다.
황색 불빛 아래 무방비한 노동
사고가 난 교차로는 새벽 시간대 운영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지점은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황색 점멸 신호로 바뀌는 구간이었습니다. 황색 점멸은 운전자가 스스로 좌우를 살피고 서로를 확인한 뒤 진입해야 하는 체계인데, 새벽에는 시야가 좁고 운전자의 주의력도 떨어지기 쉽습니다. 특히 청소차 같은 업무용 차량은 작업 특성상 쓰레기를 싣고 처리장까지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교차로에서의 속도 조절과 전방 주시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기도 합니다.
경찰 조사 결과 두 차량 모두 과속은 아니었고, 덤프트럭 운전자의 음주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른 새벽 시간대에 점멸신호 교차로를 지나던 두 차량이 서로를 제때 발견하지 못하고 동시에 진입하면서 참사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를 넘어, 새벽에 환경미화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다시 한번 드러낸 측면이 있습니다.
동료들의 눈물과 남은 과제
숨진 미화원 중 한 명은 과거 영천시청 환경미화 공무직 노조 위원장을 지낸 인물이었습니다. 퇴직 후에도 재취업해 성실히 일해오던 중이었는데, 동료들 사이에서는 존경받는 분이었다는 후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40대 희생자는 부족한 수입을 메우기 위해 투잡을 뛰며 생계를 이어가던 것으로 알려져 유가족의 오열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영천시는 사고 직후 긴급회의를 소집해 유가족 지원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폐기물 수거 시작 시간을 가급적 오전 6시 이후로 조정하라고 용역업체에 지시했는데, 이는 새벽 시간대 위험을 줄이려는 조치로 풀이됩니다. 다만 단순히 근무 시간을 늦추는 것만으로 취약 계층의 안전이 완전히 보장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경찰은 현장 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새벽의 어둠과 점멸신호, 그리고 생계를 위해 일터로 향하던 이들의 마지막이 참혹한 교통사고로 끝나버렸습니다. 유가족의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 사회는 취약 시간대 노동자의 안전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