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에 시작된 농지 전수조사
정부가 38년 만에 대규모 농지 양성화 조치에 나섰습니다. 지난 5월부터 진행된 농지 전수조사를 통해 불법 전용과 투기 행위를 가려내고,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바로잡겠다는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차 방문한 뉴욕에서 "농지 투기 방지와 제대로 된 농지 활용을 위해 전수조사는 꼭 필요하다"며 "경자유전과 이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헌법, 즉 국민의 명령"이라고 밝혔습니다.
핵심은 투기 농지와 그렇지 않은 농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경기도 평택에서는 2016년 백여 명이, 김포에서는 2018년 40여 명이, 고양에서는 2016년 60여 명이 농지를 집중 취득한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정부는 투기 목적이 명백한 농지만 처분 대상으로 삼고, 상속이나 고령, 관행적 임대차는 정상화를 먼저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팔기 싫으면 안 팔아도 된다"
농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정부는 진화에 나섰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서한과 SNS를 통해 조사 취지를 설명했고, 이영수 청와대 농림축산비서관은 유튜브에 출연해 "농지 가격이 떨어지는 경향은 있지만 전수조사 때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2021년 LH 투기 사건 이후 농지법이 강화되면서 거래가 줄고 가격이 하락했다는 설명입니다.
구체적인 완화책도 내놨습니다. 60세 이상이면서 5년 이상 자경한 농민, 상속받은 1헥타르 미만 농지는 친척이나 지인에게 임대차와 위탁이 허용됩니다. 이 비서관은 "팔기 싫으면 안 팔아도 된다"고 명시하며 현장 농민에게 불안감을 준 점을 사과했습니다. 투기 농지만 이행강제금 대상이 된다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여야 공방과 남은 과제
정치권에서는 해석이 갈립니다. 더불어민주당 전은수 원내대변인은 "농지값이 폭락한다거나 당장 팔아야 한다는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며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대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 정도 집착이면 농지 수탈에 진심"이라며 헌법상 재산권을 거론했습니다.
정부는 본부 국장급 12명과 과장급 60명을 지역담당관으로 배치해 현장 소통을 강화하고, 연내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농지은행 예산을 확보해 매도를 원하는 농지를 사들이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제도 개편이 내년으로 예고된 만큼, 농민들이 체감할 변화는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