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기다림의 여정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희생된 179명을 잃은 유가족들이 사고 1주기를 맞아 전국을 누비고 있습니다. '진실과 연대의 버스'를 타고 무안공항을 출발한 유가족들은 전주, 오송, 안산 등 주요 재난 현장을 차례로 방문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발걸음은 단순한 애도를 넘어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사회적 요구로 확산되고 있죠. 특히 세월호, 삼풍백화점,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들과의 연대는 각각의 비극이 가진 구조적 유사성을 드러내며 더욱 의미를 더합니다.
국토교통부와 유가족협의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추모 행사도 본격화됐습니다. 20일 서울 보신각에서 시작된 시민추모대회를 비롯해 광주 등 전국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입니다. 29일 무안공항에서 열리는 공식 추모식에는 정부와 국회 관계자, 유가족 등 1200여 명이 참석해 희생자를 기릴 예정이지만, 유가족들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기만 합니다.
봉합되지 않은 상처, 지연된 진상 규명
참사 발생 1년이 다가왔지만 사고 원인 규명은 제자리걸음입니다. 유가족협의회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가 핵심 자료인 블랙박스 공개 지연과 전문성 부족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사 과정에 유가족이 참여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점도 불신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죠. 중간 조사 결과 발표가 잠정 연기되는 등 진전 없이 시간만 흐르자, 유가족들은 "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거야?"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됩니다.
경찰 수사도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항공 사고라는 특수성 때문에 압수수색이 늦어지고 자료 분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고 발생 1년을 코앞에 둔 현재까지 기소된 인원이 없는 상황입니다. 콘크리트 둔덕과 관련된 조사 결과 역시 공개되지 않아 사고 원인의 핵심적 의문이 여전히 안개 속에 갇혀 있습니다. 이러한 지연은 유가족들에게 참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닌 방치된 '사회적 재난'으로 각인되게 하고 있습니다.
기억과 연대, 아픔을 넘어서는 희망
비통함 속에서도 문화와 예술을 통한 기억의 운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국작가회의가 기획한 추모시집 '보고 싶다는 말'이 40명의 시인과 함께 출간됐습니다. 시집에는 희생자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고스란히 담겼는데요. 시인들은 "179명의 이름/ 606편의 흩어진 조각/ 책임지는 이 하나 없는 현실"이라는 절절한 언어로 유가족의 심정을 대변합니다.
유가족들의 전국 순회는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다른 재난 피해자들과 서로 위로하며 함께 극복하겠다는 연대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안산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한 성탄 예배, 서울에서 열린 시민추모대회는 사회 전체가 비극을 기억하고 안전한 미래를 고민해야 함을 상기시키죠. 1주기는 끝이 아닌, 진실을 향한 새로운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유가족들의 외침이 단순한 추모를 넘어 국가의 안전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