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달러를 넘은 경유값과 선거 전의 위기
이란전 이후 미국의 연료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9월 11일 기준 전국 평균 경유 소매가격은 갤런당 6.06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6달러를 돌파했는데요.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무려 63.3% 상승한 수치입니다. 휘발유 역시 이란전 직전의 2.98달러에서 4.29달러로 44%나 뛰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백악관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유가 상승은 소비자물가와 직결되는 만큼, 정치적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정유업체 관계자 10여 명을 불러 모으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
정유 공장은 이미 한계 가동 중
미국 내 정유 시설의 현실은 매우 어렵습니다. 현재 정유 공장의 가동률은 98%에 육박해 사실상 더 이상 생산량을 늘리기 힘든 상태입니다. 지난 10년간 수익성 악화로 일부 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전체적인 정유 능력 자체가 줄어들었고, 남은 시설들도 멕시코만 연안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에 정유업계는 신규 공장 건설보다 기존 설비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증설하는 방향에 연방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공장을 짓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수년의 시간이 들기 때문에, 당장 가격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입니다.
전시법까지 꺼낸 유가 안정 대책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 중인 카드는 국방물자생산법, 이른바 DPA입니다. 이 법은 1950년 9월 한국전쟁 발발 직후 군수물자 공급을 위해 제정되었으며, 대통령에게 민간 기업의 물품 생산을 촉진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4월에도 원유 생산과 정유 및 물류 역량 확대를 위해 이 법을 활용한 바 있습니다.
가격 폭등의 원인은 국내 공급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지속되는 수송 병목 현상,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이 겹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의 신규 정유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DPA 지원 대상이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이는 미국에서 약 50년 만에 추진되는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수송 차질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정유 능력 확대만으로 유가를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