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잔해 아래서 들려온 숨소리
네팔 중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의 한 마을이 홍수로 뒤덮인 지 약 60시간이 흘렀습니다. 무장경찰대원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던 중 아래에서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양이 울음소리처럼 작은 신음을 쫓아 2시간가량 작업한 끝에 6살 소녀 마니샤 마가르가 극적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잔해 틈새 공간이 물과 추가 붕괴를 막아준 덕분에 생존할 수 있었던 겁니다. 구조된 마니샤는 병원으로 이송돼 죽을 먹으며 기운을 차렸고, 곰 인형을 달라는 말을 내놓아 주변을 안심시켰습니다.
홍수보다 빨랐던 10분의 선택
누와코트 트리부반 트리슐리 중학교에서도 아찔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라젠드라 다와디 교장은 홍수 경보 전화와 학부모 제보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뒤, 즉각 학생과 교직원 900여 명을 고지대로 대피시켰습니다. 등교하던 버스까지 돌려보낸 이 결단은 정말 치명적인 순간을 피했습니다. 대피가 끝난 지 얼마 안 돼 거센 물살이 학교와 기숙사를 덮쳤고, 건물 대부분이 진흙에 파묻혔습니다. 다와디 교장은 이 일이 10분만 늦춰졌더라도 끔찍한 결과를 맞았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이밖에도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작업자들이 천장 구조물을 붙잡고 6시간을 버텨 탈출하는 등 생존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수색과 남은 과제
기적적인 소식에도 전체 피해 규모는 참혹합니다. 네팔 당국과 중국의 집계를 합하면 사망자와 실종자를 더해 총 5,700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는 수백 명의 작업자가 실종됐는데, 한국인 직원 9명도 그중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홍수 당시 동료들을 깨우고 대피를 도왔다는 생존자 증언이 나와 더욱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네팔 정부는 경찰과 군을 포함해 약 2만 명의 인력을 투입해 구조와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열화상 카메라나 소리 감지 장비, 대형 화물 드론 같은 첨단 장비가 부족해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네팔 외교장관은 재건 비용과 시신 신원 확인을 위한 국제사회의 긴급 지원을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절망 속에서도 생명을 구해낸 이야기들이 희망을 주고 있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가족들을 위해 구조 작업은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