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서 벌어진 뜻밖의 사고
지난 9월 12일 오후 3시 10분쯤, 충남 예산군 예당관광농원에서 열린 예당호 모터페스티벌 현장에서 전시 차량이 갑자기 움직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14세 중학생 A군이 전시된 전기차 아이오닉6 운전석에 탑승해 내부를 구경하던 중이었는데요. 기어 레버를 와이퍼 조작 장치로 착각해 건드리면서 차량이 앞으로 돌진한 겁니다.
이 사고로 차량 앞을 지나던 40대 여성 관람객 B씨가 부딪혀 가벼운 부상을 입었습니다. 차량은 앞에 전시돼 있던 BMW 차량과 충돌한 뒤에야 멈춰 섰는데요. B씨는 차량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피한 덕에 경상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리 없는 전기차, 그 위험한 특성
이번 사고의 배경에는 전기차의 구조적 특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엔진 소음이나 떨림이 거의 없어, 시동이 걸려 있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과 이호근 교수는 주행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즉시 돌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상 자동차 행사장에서는 차량 전원을 차단하거나 바퀴에 고임목을 설치하는 게 기본입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주최 측은 현장에 안전요원을 배치했을 뿐, 고임목 설치나 전원 차단 같은 실질적인 안전 조처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제의 전기차 역시 주행이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이번 행사는 한 렌터카 업체가 주최했고, 약 80여 대의 차량이 전시됐습니다. 일부 차량은 관람객이 내부를 확인하거나 직접 시승할 수 있도록 운영됐는데요. 관람객이 운전석에 앉는 것 자체를 막지 않은 구조였던 셈입니다.
책임은 어디로
경찰은 A군이 기어를 와이퍼로 착각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고의성이 없는 단순 실수로 보고 있습니다. 피해자 B씨도 처벌을 원치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경찰은 피해자가 제때 피하지 못했거나 차량에 깔렸을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경찰은 안전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행사 주최 측 관계자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관람객에게 개방된 전시 차량의 안전 관리 기준이 어디까지였는지, 주최 측이 어떤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가 이번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