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입장 고수하며 평화안 거부한 네타냐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가자지구 평화위원회의 15개항 로드맵을 공식적으로 거부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8월 9일 각료회의에서 이 문건을 수용할 수 없다고 선언하며, 하마스가 중화기와 소형 무기를 포함한 모든 무장을 완전히 해제하기 전까지는 이스라엘방위군(IDF)을 절대 철수시키지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번 평화안은 하마스의 단계적 무장해제와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팔레스타인 과도정부 수립 및 가자지구 재건을 골자로 하고 있었는데요. 당연히 무장해제와 철수의 선후 관계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실질적인 무장해제가 선행되지 않는 한 어떠한 군사적 철수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죠. 그는 이스라엘의 존립과 시민 안보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습니다.
반면 하마스는 중무기 반납의 조건으로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와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을 요구하고 있어서, 양측의 입장은 정면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믈라데노프 평화위원회 특사는 이 로드맵이 전쟁 재발을 막을 유일한 방안이라고 평가했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거부로 당장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총선 앞둔 정치적 계산이 깔렸나
네타냐후 총리가 최대 동맹국인 미국과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데에는 국내 정치적 상황이 깊이 얽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하락하자, 극우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총리로 재임하는 동안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어디에도 팔레스타인 국가는 세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등 강경 우파 성향 각료들도 가자지구에서 단 1밀리미터도 철수할 수 없다며 네타냐후를 적극 지지하고 있는데요. 이런 움직임은 연립정부 내에서 강경파의 목소리를 키우려는 의도로 풀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안을 위대한 성과라고 치켜세우며 수용을 압박했고, 심지어 과거 정적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조차 이를 유일한 대안으로 꼽았다는 점을 SNS에 올리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 미국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죠. 알자지라 등 외신들은 이를 두고 선거를 앞둔 네타냐후의 정치적 생존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인도적 위기와 국제사회의 우려
네타냐후 총리의 거부 선언이 나오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의 실망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휴전 협정은 지난해 10월에 이미 발효되었지만,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그 이후에도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어 1,250여 명이 추가로 사망하고 4,100여 명이 다쳤습니다. 8월 1일과 2일 사이에만 26명이 사망하는 등 인도적 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집트의 바드르 압델라티 외무장관은 가자 평화협상 당사국들에게 기존 약속을 이행하고 합의를 무효화하는 행동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인도주의적 방식을 유지하며 완전히 철수해야 하며, 국제평화군 파견을 통한 안보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마스 측 역시 평화위원회 계획에 헌신하고 있다며 중재국과 미국이 이스라엘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군사 지원 중단만이 네타냐후 총리를 제약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과거 전쟁범죄 상황에서도 지원이 이어졌던 점을 보면 가능성은 낮은 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에 따라 가자지구의 향후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평화안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을지 국제사회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