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이 마른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빠르게 조여들고 있습니다. 22일 아실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680건으로 연초 대비 10.3% 줄었고, 월세 매물도 1만7651건으로 17.4% 감소했습니다. 송파구에서는 전세와 월세 매물이 모두 절반 넘게 사라졌는데요. 매물이 줄어든 자리에는 가격 상승이 남았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6억41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10% 이상 올랐습니다.
거래량도 함께 줄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8만4287건으로 1년 전보다 27% 감소했고, 월세 거래도 2.8% 줄었습니다. 전세 거래가 월세보다 빠르게 줄면서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1%를 넘어섰습니다.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흐름이 숫자로 확인된 셈입니다.
공급과 정책이 겹친 결과
배경에는 신규 공급 감소가 있습니다.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수도권 아파트 착공 물량이 급감했고, 통상 3년가량 걸리는 건축 기간을 감안하면 올해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겁니다. 여기에 기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서 시장에 풀리는 전세 물량 자체가 감소했습니다.
정책 변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과 일부 경기도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2년 실거주 의무를 부과했고, 올해 8·3 세제개편안에서는 비거주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높였습니다. 임대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거주하는 쪽을 택하면서 매물 감소가 가속화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 계약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도 한몫했습니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온도차
22일 국정감사에서는 정부 책임론과 구조적 변화론이 맞섰습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전세를 줄이고 월세를 올려 주거 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세 비율 감소가 장기 추세라며 119만호 공급 계획과 법인 임대사업, 전세안심신탁 제도 등을 제시했습니다. 조승래 재경위원장은 통계를 바탕으로 실책인지 추세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겹치면 전셋값이 과거 고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금리가 급등해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 세입자가 월세로 돌아서거나 경기·인천으로 이동하면서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제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