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형사기소 제한 논란, 환자 권리와 의료진 보호 사이에서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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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달 전 수정 · 2026년 3월 25일 오후 7:23

발행: 2026년 3월 25일 오후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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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추진 중인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환자 권리 보호와 의료진 사법리스크 경감 사이에서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는 형사기소 제한이 위헌이라고 반발하는 한편, 젊은 의사들은 최근 미숙아 판결이 방어적 진료를 부추긴다며 우려합니다. 양측 모두 국가 주도의 공적 배상 체계 구축을 언급하며, 갈등 해소를 위한 제도적 근본 해법의 필요성을 함께 제기하고 있습니다.

환자 사망에도 형사책임을 면제해도 될까

국회에서 추진 중인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필수의료 행위 중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손해배상액을 전액 지급하면 형사 기소를 제한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의료계가 정반대의 입장에서 동시에 비판하고 있어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 조치가 환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면,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사법적 압박이 너무 강해 필수의료가 위축되고 있다고 호소하는 상황입니다.

경실련의 주장은 명확합니다.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중대한 의료사고에서도 돈으로 형사책임을 대체할 수 있다는 논리는 기본권 침해라는 겁니다. 특히 개정안이 ‘중과실’이 아닌 경우에만 형사기소를 제한한다고 하지만, 중과실의 범위를 12가지 유형으로 한정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다양한 임상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사고 유형을 이렇게 좁게 정의하면, 실질적으로 중대한 과실도 법의 그물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또한,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가 의료사고 심의위원회인 점도 논란입니다. 이 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기존 사법 체계와의 충돌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판결이 두려워 고위험 환자를 못 본다”는 의료계

이와 정반대로, 의료 현장에서는 사법적 판결에 대한 공포가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의 미숙아 PDA(동맥관 개존증) 수술 지연과 관련한 배상 판결이 그 촉매제가 되었는데요. 전공의 모임인 NGP(넥스트젠 페디아트릭스)는 이번 판결이 의료 행위의 고유한 불확실성을 외면하고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는 ‘결과책임주의’를 강화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의 치료는 그 자체가 고위험 처치이고,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수많은 변수를 고려한 복잡한 의학적 판단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판결 흐름이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부작용은 ‘방어적 진료’의 고착화입니다. 소송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의료진이 최선의 치료보다는 자신을 보호하는 치료를 선택하게 되고, 결국 환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죠. 더 나아가,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 고위험 환자나 분야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NGP는 이번 판결 이후 상급종합병원이 고위험 신생아의 전원을 꺼리거나, 대학병원이 고위험 산모의 분만을 회피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필수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입니다.

갈등의 해법은 제도적 보상 체계에 있을까

대립하는 두 입장 사이에서 해법을 찾는 작업이 쉽지 않습니다. 경실련은 개정안 자체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대신 국가가 주체가 되는 공적 배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의료사고 피해 구제를 의료기관과 의사 개인의 책임만으로 돌리기 어렵다면, 사회가 함께 떠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한편, 의료계 역시 유사한 지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NGP도 사법적 판단에만 의존하기보다 배상 주체를 국가로 전환하는 실질적인 책임 보상 체계의 구축을 행정부에 촉구했습니다.

문제는 현재 국회를 통과 중인 개정안이 이러한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형사기소를 제한하는 대가로 민사 배상을 강화하는 방식은, 피해 환자 입장에서는 충분한 구제가 되지 않을 수 있고, 의료진 입장에서는 여전히 막대한 민사 배상 부담이 남아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전문가들은 의료사고, 특히 소아·산과 같은 고위험 필수의료 영역에서의 사고는 개인적 과실보다 구조적, 시스템적 위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의료진이 두려움 없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정안의 미시적 조정을 넘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포괄적이고 안전한 보상 네트워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