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까지 밀려든 전쟁의 파도
2026년 2월 28일에 발발한 이란 전쟁이 100일을 넘기면서 그 여파가 동남아시아 일상까지 스며들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하루 100척에 달하던 통항량이 겨우 6척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126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공급망 균열이 예상보다 훨씬 먼 곳까지 경제적 쓰나미를 일으키고 있는 겁니다.
당연히 동남아 건설 현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습니다. 베트남 도로국은 경유와 역청 가격이 70%, 32%씩 뛰면서 올해 유지보수 사업비가 28%나 증가한 9,460억 동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도 고정단가 계약을 맺은 공사들이 줄줄이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플라스틱과 식품 산업도 피해를 면치 못했습니다. 나프타 의존도가 높은 말레이시아의 플라스틱 원료 가격은 톤당 930달러에서 1,700달러까지 90% 급등했습니다. 기업들은 종이팩으로 포장을 급히 바꾸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고, 영세 농가들은 비료와 경유비 부담에 허리가 휘고 있습니다. 생산비 상승은 결국 태국의 빵값 10~15% 인상처럼 서민 경제 그대로 전이되고 있습니다.
240억 달러를 가른 협상의 벽
전장의 불은 계속되고 있지만, 종전 협상은 동결 자산을 둘러싼 대립으로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란은 미국에 동결된 자산 240억 달러의 해제를 평화 협정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즉시 120억 달러를 풀고, 나머지 120억 달러도 단계적으로 해제하라는 요구를 고수하고 있는 겁니다.
반면 미국은 이런 자금을 중동 동맹국의 피해 복구에 쓰는 방안을 검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란의 핵 포기라는 명확한 성과 없이는 자금 해제가 협상력 상실로 이어진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사실 양국은 최근에도 무력 충돌을 이어가며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미국은 이란 해안 레이더 기지를 타격하고 드론을 격추했으며, 이란 혁명수비대는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미군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처럼 군사적 대립 속에서 파키스탄이 중재를 위해 테헤란을 방문하는 등 외교적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합의까지는 험난해 보입니다.
휴전은 멀고, 회복은 더 먼 길
전쟁 발발 100일째인 지금, 한때 성사됐던 휴전 합의도 상호 공습으로 유명무실해진 상태입니다. 이란은 봉쇄가 풀리지 않으면 전쟁 범위를 인도양과 홍해, 지중해까지 확대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전 세계 물류의 90% 이상 운임 폭등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인명 피로도 심각합니다. 이란과 레바논 등에서 숨진 사람이 7천 명을 넘었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휴전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호르무즈 내 기뢰 제거에 최소 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공급망과 유가 불안정은 2026년 말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아세안 국가들은 지난 5월 정상회의에서 공동 연료 비축과 식량 안보 대기 체제 구축을 논의하며 각자도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 없다는 현실 속에서, 동남아의 위기 대응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