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 발목 잡힌 7만 가구에 숨통이 트이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로 두 배 늘리면서 올 하반기 입주를 앞둔 7만 가구가 한숨 돌리게 됐습니다. 이들이 마주한 가장 큰 걸림돌은 잔금 대출이었는데요. 이번 조치로 이주비와 중도금, 잔금 대출을 뜻하는 집단대출이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총량 산정에서 빠지면서 대출 실행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사실 집단대출은 개별 금융사의 가계대출 관리 목표와 전혀 무관하게 취급됩니다. 가계대출 순증액 제로 패널티를 받던 새마을금고와 신협, 1% 이내 증액 제한이 있던 농협조차 집단대출에 한해서는 총량 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됐죠. 하반기 잔금대출 규모는 최대 13조 원으로 추정되며, 이 재원은 유보분 대출 형태로 가장 먼저 배정될 예정입니다.
은행들 여력은 늘었지만 연말이 변수
집단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재원은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카드론 등 신용대출로 배분되는데요. 이 덕분에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5대 은행의 대출 여력은 약 7조 5,551억 원가량 늘어났습니다. 특히 상반기 관리 실적이 양호했던 은행들은 타 은행보다 더 많은 한도를 받게 됩니다.
당연히 공공분양 단지들의 반응은 긍정적입니다. LH 자료를 보면 하반기 중도금 납부 대상 19개 단지 중 9곳이 은행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이제 이들 계약자 4,319명의 대출 길이 열린 셈이죠. 다만 시장의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진 않았습니다. 5대 은행 중 3곳이 이미 연간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라 연말에 대출 한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대출 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가계빚 2천조 시대의 딜레마
이번 규제 완화가 대출 문턱을 낮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계신용 잔액이 이미 2,000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정부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숨통을 틔워줬지만, GDP 대비 가계대출 비중이라는 구조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죠.
물론 정부는 가계부채 억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다만 대출 재원이 늘어났다고 해서 무한정 공급되는 건 아니며, 특히 카드론 같은 신용대출 증액은 과거 총량규제 혼란의 교훈 때문에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앞으로 정책의 방향은 부동산 공급 속도를 높이면서도 가계부채의 질을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