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의 '실탄 투입', 버핏 이후 최고가
버크셔해서웨이의 주가가 워런 버핏 퇴임 이후 처음으로 최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8월 10일 기준 A주는 80만6102달러, B주는 537달러까지 오르며 지난 5월 버핏이 60년 만에 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기 직전의 기록을 뛰어넘었는데요. 시장은 그레그 에이블 신임 CEO 체제를 본격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번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은 에이블 CEO가 쌓아둔 거대 현금을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버크셔는 2년 넘게 불어나기만 했던 현금 3647억 달러(약 6월 말 기준)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 전략적 전환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살린 것으로 보입니다.
현금 왕국이 드디어 움직이다
구체적인 자본 집행 내역을 보면 상당한 규모입니다. 2분기 동안 자사주 매입에 45억 달러, 기업 주식 투자에 235억 달러를 쏟아부었는데, 여기에는 알파벳에 대한 100억 달러 투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7월에는 주택 건설업체 테일러모리슨 인수 등에 101억 달러를 추가로 지출했죠. 덕분에 보유 현금은 전분기보다 155억 달러 줄어들며 '현금 투입'이 말 그대로 실천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줬습니다.
사실 버크셔의 거대 현금 보유는 장기간 시장의 불만을 사왔습니다. 기회를 기다린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현금이 너무 많으면 기업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했는데요. 에이블 CEO가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실제로 자본 집행을 확대한 점이 이번 주가 상승의 핵심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실적 뒤 엇갈린 시선
실적 역시 눈에 띕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129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2년 넘게 정체되던 매출도 10% 늘며 성장세를 회복했습니다. 특히 알파벳과 애플 등 주요 투자 자산의 평가이익이 반영되면서 순이익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256억7000만 달러에 달했죠.
다만 시장 분석가들의 평가는 한결같지 않습니다. UBS의 브라이언 메러디스 애널리스트는 절제된 자본 배분 원칙을 높이 사며 '매수' 의견을 내놓았는데요. 반면 KBW의 마이어 실즈 애널리스트는 견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손해보험 부문의 가격 압박을 이유로 '시장 수익률 하회' 전망을 유지했습니다. 결국 버크셔의 현재 주가가 에이블 체제의 진면목을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단기적 기대감의 산물인지는 앞으로의 지속적인 자본 집행과 실적 추이를 보며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