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사번을 부여한 회사
SK텔레콤이 AI를 단순한 업무 보조 도구가 아닌 함께 일하는 동료로 삼는 'AX 혁신 2.0'을 본격 추진하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에 실제 사번과 소속, 직무 및 보안 접근 권한을 부여해 사람과 유사한 절차로 관리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했는데요. 이를 통해 AI가 이메일 발송이나 계약서 검토 같은 반복 업무를 직접 수행하게 하고, 구성원들은 보다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과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사실 이 접근은 단순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 조직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려는 시도입니다. 기존의 'AX 1.0'이 효율성 개선에 머물렀다면, 이번 단계에서는 AI와 인간이 업무 주체로서 협업하며 업무의 경계를 허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AI 에이전트에게 입사와 퇴사 절차까지 적용하는 건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이례적인 시도입니다. 특히 보안 규정까지 적용해 내부 데이터 반출을 방지한 점은 단순 도구 사용과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비개발자도 AI를 만드는 시대
AI 동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비개발 직군의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SK텔레콤은 '에이닷 비즈 코워크' 베타 버전을 사내에 도입해 기획이나 마케팅 담당자도 자신의 업무 방식을 AI에 학습시키면 실행 계획 수립부터 코드 작성까지 위임할 수 있게 했습니다. 올해 열린 '2026 SKT AX 챌린지'에는 54개 팀, 115명이 참여했는데, 이 중 절반이 비개발 조직원이었습니다. AI Board가 운영하는 'AXMS' 플랫폼을 통해 우수 과제는 빠르게 정식 개발로 연결되는 패스트트랙을 타기도 합니다.
당연히 이런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에 열리는 'EBB AX CLUB'에서는 커피와 음악을 즐기며 30분 동안 실무 기반 AI 미션을 수행하는데요. 보고서 자동화나 OCR 영수증 처리 같은 실전 경험을 쌓은 뒤, 이를 'AX 라이브러리'에 공유해 전사 자산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비전 AI로 전국 프로모션 부스 30장의 사진을 검수하는 등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업무 방식이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있습니다.
조직의 승부는 기술이 아닌 사람
SK텔레콤은 AI 경쟁의 핵심이 기술 도입 속도가 아니라 조직이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느냐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AX 리더십'을 제시했는데, 이는 AI에게 일을 시키고 성과를 내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문제 정의력, 위임 판단력, 결과 검증력이 핵심 요소인데요. AI가 산출한 결과를 어디까지 신뢰하고 어떻게 활용할지 판단하는 게 리더의 새로운 역량이 된 셈입니다.
물론 이런 실험이 성공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SK텔레콤은 'AX 샌드박스'를 통해 관성적인 업무를 백지 상태에서 재설계하는 실험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 사람이 기획과 개발, 디자인을 아우르는 '멀티 롤' 방식으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성과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사내 설문 결과 구성원의 92%가 AX 방향성에 공감했다는 점도 이런 변화가 강요가 아닌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AI 네이티브 컴퍼니로 거듭나기 위한 이 여정이 국내 대기업의 조직 혁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