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채운 책 축제, 올해는 뭐가 달랐나
2026 서울국제도서전이 18개국 538개 출판사가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개막일부터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 전시장 입장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는데요, 특히 올해는 2030 세대가 전체 관람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흥행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서 20대와 30대의 독서율이 각각 75.3%, 66.4%로 전 세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난 흐름과 꼭 닮았죠.
현장에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유명 인사의 방문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관람객들을 오래 붙잡아 둔 건 역시 책 자체와 다양한 체험이었습니다. 예스24는 독서 시간을 달리기 거리로 환산한 마라톤 콘셉트 전시를 선보였고, 한정판 도서와 굿즈, 작가 사인회 등 이색 콘텐츠가 줄을 이었습니다. 부진한 출판 시장 상황 속에서 이번 도서전은 젊은 독자층을 확대하고 시장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서점에서는 못 만나는, 작은 출판사의 반란
도서전의 또 다른 풍경은 대형 부스가 아닌 '책마을'에서 펼쳐졌습니다. 일본 도쿄의 '원 스트로크'부터 국내 1인 출판사 '책덕', '픽션들'까지 독립출판사와 소규모 창작자들이 모여 개성 넘치는 도서와 굿즈를 선보였는데요, 일반 서점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예술 서적과 개인의 기록물이 공개되며 독자와 출판인이 직접 대화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기독출판협회 소속 15개 출판사도 단순한 도서 진열에서 벗어나 언어 테스트, 한 줄 평 작성, 체험형 전시 등 참여형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9세 어린이부터 40대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했고, 특히 기독교 서적에 대해 가졌던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는 데 성과를 거뒀는데요. 이처럼 도서전은 판매 공간을 넘어 전시와 체험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AI 시대, 책이 던지는 질문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인간선언 호모 두두리'입니다. 한국 고대 신화 속 대장장이 이름을 따온 '두두리'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은유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주제 아래 출간된 한정판 도서 '인간선언'에는 소설가 김연수, 강화길, 시인 이제니, 음악평론가 배순탁 등 11명의 작가가 참여했습니다.
북토크에서 배순탁 씨는 AI가 안전한 답을 찾는 것과 달리 인간은 실패를 감수하는 존재라고 말했고, 이제니 시인은 결함과 취약함이 오히려 인간다움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천수호 시인도 도서전과 도서관이 서로 보완하며 책과 독자를 잇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는데요. AI가 빠르게 답을 내놓는 시대에 책의 진짜 힘은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하는 데 있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번 도서전은 5일간 약 15만 명의 방문객을 기대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책을 사는 기쁨이 읽는 기쁨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출판인과 독자들의 열기가 코엑스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