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청년 최고위원제
민주당이 8년 만에 청년최고위원제를 선출직으로 부활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6·3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2030세대의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인데요. 하지만 당내 계파 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도입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친정청래계와 친김민석계 등이 차기 지도부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각자의 셈법을 세우고 있어서, 청년을 위한 제도라는 취지가 퇴색하고 있습니다. 결국 청년 목소리를 담겠다던 제도가 당권 다툼의 변수로 전락하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모경종 전국청년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습니다. 청년들이 집값과 일자리 문제에서 외면받고 있다며, 이제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의결했음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그림자와 현실의 벽
사실 민주당의 청년 정치는 한 번도 제대로 뿌리내린 적이 없었습니다. 과거 청년최고위원은 대부분 지명직으로 운영되어 기성 지도부의 거수기나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죠. 2012년 이후 6명의 청년최고위원 중 선출직은 김병관 전 의원이 유일했고, 원내 진출로 이어진 사례는 전은수 전 최고위원뿐이었습니다.
선출직이라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2023년 기준 민주당 당원 중 2030세대는 17.5%에 그치고 4050세대가 51.6%를 차지하고 있어서, 청년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중장년층의 입맛에 맞는 목소리만 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른바 대표성의 역설인데요, 젊은 사람이 뽑혔지만 실제로는 젊은 세대의 요구를 담기 어려운 구조가 이미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586 용퇴론을 꺼냈다가 강성 지지층의 반발로 사퇴한 일도 기억해야 합니다. 당내에서 청년의 쓴소리가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자리를 만든다고 해서 목소리가 살아나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리 넘어 실질적 권한이 필요한 이유
4050 최고위원 후보들 사이에서는 이번 제도 도입이 난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기존 5석 중 1석이 청년에게 할당되면서 비청년 몫이 줄어들었고, 당선 확률 계산이 복잡해졌기 때문인데요. 일부 후보는 공모와 선출을 절충한 방식을 제안하며 사실상 선출직 확정에 부담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은 또다시 정치적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이 청년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외치지만, 정작 제도를 두고는 계파의 유불리만 따지고 있으니까요. 단순히 최고위원 자리 하나를 만드는 것보다, 청년 당원 조직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정책 제안권을 보장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게 훨씬 긴요합니다.
모경종 위원장도 밝혔듯이 청년최고위원제가 만능열쇠는 아닙니다. 다만 청년의 생각과 현실이 당 중심에 닿을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가 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 시작점이라도 조속히 마련해야 합니다. 스펙 중심의 외부 수혈이 아닌 단계적인 인재 육성, 그리고 과감한 의견 수용이 뒤따를 때 비로소 민주당의 청년 정치는 첫발을 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