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선택한 현실적 대안
중견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고령자 계속 고용 방식으로 '퇴직 후 재고용'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서 62.1%의 중견기업이 이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정년 연장(33.1%)을 선호하는 비율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입니다. 이러한 선호도는 기업 규모나 업종을 막론하고 일관되게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미 법정 정년을 넘긴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중견기업은 전체의 52.6%에 달하며, 이들 중 69.6%는 퇴직 후 재고용이라는 방식을 실제로 운영 중입니다. 재고용의 가장 큰 동력은 전문성과 노하우 활용(84.2%)으로, 신규 채용 애로 해소(24.7%)나 사회적 책임 이행(20.2%)보다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년 연장이 부른 우려의 목소리
중견기업들이 정년 연장에 대해 가장 크게 걱정하는 부분은 인건비 부담 증가(64.5%)와 청년 신규 채용 여력 감소(59.7%)입니다. 기업 응답의 44%는 정년 연장 시 인건비가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조직 내 인사 적체 심화에 대한 우려도 41.4%에 달해, 단순한 정년 연장이 다양한 구조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 연장으로 고령 노동자 1명이 늘어날 때 청년 노동자는 0.4~1.5명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국가데이터처의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서는 정년 1년 연장 시 약 5만 명의 고령 상용근로자 은퇴가 미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동시에 청년 일자리도 연간 약 5만 개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재고용 시스템의 실제 모습
퇴직 후 재고용된 고령 근로자들의 임금 현황을 보면, 대부분의 기업이 정년 시점 대비 80~90% 수준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정년 시점과 동일하거나 더 높은 임금을 주는 경우는 31%에 불과합니다. 이는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숙련된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으로 해석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정년 연장 논의는 정치권에서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특별위원회'를 통해 65세 정년 연장 입법을 논의 중이며,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과 노동계 사이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해결을 위한 정책 제안
중견기업들은 고령자 계속 고용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제 혜택 확대(57.9%), 인건비 직접 지원(53.2%), 고용 유연성 제고(37.2%), 사회보험료 부담 완화(36.0%) 등이 주요한 지원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과 함께 청년 고용 감소를 방지할 수 있는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서울대 이철희 교수는 "소득 크레바스를 메우는 동시에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법정 정년 일괄 연장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논의들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고용 문제의 복잡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단순한 연장보다는 다양한 고용 형태를 포괄하는 종합적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