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제청 파문에 여야 격돌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대통령과 사전 협의 없이 서면으로 제청하면서 헌정사상 초유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사법부 장악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진실 규명을 위해 대법원장을 국회 증인으로 채택했는데요. 법원 내부에서도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사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당연히 이번 논란의 핵심은 대법원장의 제청권 성격입니다. 김승대 변호사는 헌법 제104조에 따라 대법관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있으며, 대통령과 사전 조율은 관행일 뿐 법규범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삼권분립 원칙상 사법부가 정부와 별개인 만큼,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의중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는 없다는 것이죠.
반대로 서면 제청 방식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조 대법원장이 제청을 7개월이나 미루며 대법관 공백을 초래한 점을 지적하며, 관례를 깬 방식이 사법부를 다시 정쟁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인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실 관례라는 것이 단순한 관행을 넘어 헌법기관 간 신뢰를 유지하는 장치였다는 점에서 이번 파장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법사위에서도 팽팽한 기싸움
여야의 대립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8월 31일 현안질의에 조희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며 직접 질의를 통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말 바꾸기와 거짓 해명으로 국민을 우롱했다며 이번에는 옹색한 변명이 아닌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죠.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대법원장을 국회에 세워 망신 주고 길들이려는 탄핵 사전 청문회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대법원장이 헌법에 따라 후보자를 제청했음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탄핵을 언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고,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번 사태 배후에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덮으려는 불순한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관 공백 장기화 우려
물론 법적 실체를 따져보면 탄핵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서면 제청이 헌법 위반이 아니기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이 나오기는 어렵고, 대통령이 제청을 반려한 뒤 재제청을 요구하는 것 역시 법적 근거가 없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다만 청와대가 사실상 제청 거부 수순을 밟을 경우,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은 큰 문제입니다.
이미 노태악 전 대법관 퇴임 후 5개월 넘게 한 석이 비어 있고, 9월 이흥구 대법관까지 퇴임하면 공석이 2석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대법원은 인선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밟아야 하므로 최소 3개월 이상의 공백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재판 지연이 현실화되면 결국 국민의 재판청구권 침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