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 되돌릴 수 없는 바다
7월 26일 오후 2시 10분경, 강원 고성군 화진포해수욕장에서 끔찍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물놀이를 하던 17세와 14세 형제가 갑작스럽게 물에 빠졌는데요. 위급한 상황을 목격한 아이들의 아버지와 인근에 있던 50대 군인 2명이 망설임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구조 노력 끝에 형제와 아버지는 무사히 해변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나섰던 군인 2명은 거센 파도에 휩쓸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고, 끝내 생명을 잃었습니다. 이들은 서로 일행도 아닌 채, 같은 순간 선의를 선택한 이웃이었습니다.
타인의 생명을 구하려던 이들의 선택은 숭고했지만,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습니다.
운영 중단된 해수욕장의 안전 공백
사고가 발생한 화진포해수욕장은 올해 들어 운영이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국군복지단 복지운영위원회는 재무적 부담과 운영 효율성, 안전 리스크 등을 이유로 지난 1월부터 해당 구역의 운영을 멈췄습니다. 당국은 홈페이지를 통해 안전 요원이 배치되지 않아 사고 시 구조가 어렵다며 입욕을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여름 피서철에 바다를 찾는 이들의 발길은 막을 수 없었고, 위험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군인 2명은 화진포콘도에 투숙 중이었으며, 비운영 구역의 거친 파도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구조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전 요원이 없는 비운영 해수욕장이었기에, 사고는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왔습니다.
40만 명 몰린 동해안, 잇따른 수난사고
이번 사고는 휴가철을 맞아 인파가 몰린 강원 동해안의 전반적인 안전 상황을 보여줍니다. 7월 26일 기준 동해안 86개 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은 총 40만 6,821명에 달했습니다. 사람이 몰린 만큼 사고도 잇따랐는데요. 7월 한 달간 강원 동해안에서는 총 165건의 수난사고가 발생해 466명이 다쳤습니다. 같은 날 오후에는 고성군 가진항 인근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2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이안류와 부주의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운영이 중단된 해수욕장의 관리 공백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사람의 발길을 막을 수는 없으니, 그 길을 지키는 안전 장치는 더욱 확실해야 합니다.
해경은 현재 사고 경위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군인 2명의 희생이 헛되이 이어지지 않도록, 운영 중단 해수욕장의 관리 방안과 휴가철 해상 안전 대책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