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하루 출근하는 선관위원장들
2026년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관리위원회의 내부 실태를 낱낱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17개 시도 선관위원장들의 연평균 출근 일수가 14.2일에 불과했습니다.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1.2일로, 이들이 비상근직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유령직책처럼 운영되어 왔다는 비판이 거섭니다.
특히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던 2022년에도 14.9일, 총선이 치러진 2024년에도 15일 수준에 그쳐 주요 선거 시기에도 근무 빈도가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태로 사퇴한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은 올해 45일을 출근했는데, 이조차 시도 위원장들과 비교하면 많은 편이었습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적 원인 중 하나로, 선거 현장을 책임져야 할 시도 선관위원장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점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제도 개혁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 개혁 목소리가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임위원장제 도입과 외부 감사 도입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장승진·서휘원·황도수 교수는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으로서 견제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감사원법 개정을 통해 직무 감찰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최병석 부협회장 등은 선관위원장을 상임직으로 전환해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상시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선관위가 헌법적 독립성을 누리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개혁의 방향과 수위를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독립성 지키며 책임지우기
개혁에 대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태호 명예교수와 차진아 교수는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 기관이라는 점을 들어, 선관위를 감찰 대상으로 포함하면 정치 권력이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투·개표 업무를 행정안전부로 옮기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3·15 부정선거의 역사적 교훈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수직적 통제보다 정보 공개와 설명 의무 확대를 통해 국민에게 책임지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일부에서 나오는 전국 재선거나 투표 무효화 주장은 근거 없는 음모론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선관위 개혁은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실효성 있는 견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무작정 업무를 다른 기관으로 넘기거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방식은 과거 관권선거의 오류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경고가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