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생도 앞에서 나온 '처변불경'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6월 공군사관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발언이 두 달 뒤에야 알려지며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안 장관은 사관생도들과의 간담회에서 정세가 변해도 놀라지 않는다는 뜻의 고사성어 '처변불경'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소개하며, 이를 마오쩌둥 전 중국 주석이 가슴에 품었던 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표현 자체는 흔한 사자성어지만 국방부 수장의 입에서 나온 배경이 논란을 키운 겁니다.
국민의힘은 이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6.25 전쟁 당시 중공군을 참전시켜 수많은 국군과 유엔군 장병의 희생을 초래한 인물이 마오쩌둥이라며, 대한민국 안보 수장이 사관생도 앞에서 적장의 신조를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것은 군에 대한 조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강명구 의원도 국방부 장관이었고 사관학교에서 미래 군 간부를 가르치는 자리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안 장관이 국군을 지도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널리 쓰이는 사자성어" 국방부의 해명
논란이 거세지자 국방부는 정빛나 대변인을 통해 적극 해명에 나섰습니다. 국방부 측은 해당 표현이 특정 인물이나 사상을 옹호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위기와 변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강조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처변불경'은 과거부터 정계에서 널리 사용된 사자성어이며, 보수 정당 인사들도 과거에 사용한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이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해당 표현이 사실 장제스 총통이 한 말이라는 설도 있다며, 안 장관이 말의 출처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이를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결국 발언의 의도를 둘러싼 공방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안 장관의 언행 자체가 군의 정체성과 역사관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탈영 의혹까지 겹쳐진 자질 논란
이번 논란은 안규백 장관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맞물져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안 장관의 과거 방위병 복무 시절 탈영 의혹을 거론하며, 병적기록부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점을 심각한 결격 사유로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6.25 기념 사업에서 특정 문구가 등장한 논란, 사관학교 통폐합 추진, 한미 연합 야외기동훈련 축소 등 안보 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도 함께 쏟아지고 있습니다.
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현충일과 6.25 기념사에서 주적 단어를 언급하지 않은 점을 들어, 이번 사태가 단순한 개인의 실언이 아니라 정권 전체의 안보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안 장관의 거취를 둘러싼 공방은 당분간 정국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