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140원 급락한 원화 가치
올해 원·달러 환율이 극심한 널뛰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때 1,560원에 육박하던 환율이 최근 1,410원대까지 추락했는데요. 지난달 2일 1,555.8원을 기록한 이후 25거래일 만에 139.7원이나 빠진 겁니다. 하루 평균 5.6원씩 하락한 셈인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입니다.
더 눈에 띄는 건 변동성의 크기입니다. 올해 월간 평균 환율 변동폭은 47.0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61.2원) 이후 가장 큰 수준입니다. 역대 월간 변동폭이 40원을 넘은 적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시기뿐이었을 정도로 이번 폭락은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사실 환율이 이 정도로 급변한 건 거의 17년 만의 일이라 시장의 불안감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달러를 밀어낸 복합적 요인들
이번 환율 급락은 한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건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인한 달러 유입입니다. 대규모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세가 더해졌고, 원화 매수 쪽으로 수급이 쏠렸습니다.
여기에 1998년 이후 28년 만에 이뤄진 미국과 일본 외환당국의 엔화 공동 매입 공조 개입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동아시아 통화 전반의 강세가 가속화된 것인데요. 게다가 지난달 미국 비농업 고용지표가 시장 전망을 크게 밑돌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희미해졌습니다. 달러 인덱스가 99.399까지 하락하며 달러 가치가 약세로 돌아선 겁니다. 이처럼 대내외적 요인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환율 하락 속도는 가팔라졌고, 시장에서는 1,300원대 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수출기업 비상과 물가 안정의 엇갈린 효과
급격한 원화 강세는 기업들의 환 관리에 비상을 걸었습니다. 환율 하락 타이밍을 예측하지 못한 수출기업들은 달러 매도 시점을 놓쳐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큽니다. 특히 달러 선물환을 매수해둔 수입기업들은 환헤지 비용 부담이 커졌고요.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채산성 악화가 실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반면 수입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긍정적 효과도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환율이 정상 수준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때 부정적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점도 제시했는데요.
다만 환율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면서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건 분명합니다. 이번 주에 발표될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추가 하락의 관문이 될 전망입니다. 예상 수준을 유지한다면 1,300원대 진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외국인 투자자나 개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로 달러 매수 수요가 되살아날 경우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공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