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 조선소에서 군함 조선소로
한화디펜스USA가 미국 해군 중형상륙함 1척 건조 계약을 따냈습니다. 계약 규모는 2억69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600억원입니다. 2024년 12월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2년 만에 얻어낸 첫 미 해군 함정 수주라 의미가 남다른데요. 상선 중심이던 사업 영역이 군함 건조까지 넓어진 겁니다.
계약 상대는 미 해군이 아니라 선박건조관리업체 토트서비스입니다. 미 해군이 조선소를 직접 고르는 대신 전문 업체에 선정과 건조 관리를 맡기는 방식이 적용됐는데요. 토트서비스는 지난 7월 22억 달러 규모로 이 사업을 수주한 뒤 안전과 품질, 납기 실적을 따져 한화필리조선소를 택했습니다. 건조는 2027년 4분기에 시작되고, 3척 추가 건조 옵션도 붙었습니다.
35척 계획의 첫 물량
중형상륙함은 길이 100m, 폭 16m, 경하중량 약 2687톤의 원정작전용 상륙함입니다. 해병대 병력과 장비, 보급품을 연안으로 수송하는 임무를 맡는데요. 미 해군은 인도·태평양에서 분산작전을 펼치기 위해 네덜란드 다멘의 설계를 바탕으로 35척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체 사업의 첫 함정 인도 목표는 2030년입니다.
한화가 이 시장에 들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회로가 있었습니다. 1960년대 제정된 법률이 미국 함정의 해외 건조를 막고 있어, 한화는 필리조선소를 약 1억 달러에 사들인 뒤 3억5000만 달러를 투입해 시설을 현대화했습니다. 토트서비스와 국가안보 다목적선 4척을 함께 건조한 경험도 업체 선정에 힘을 보탰습니다.
마스가에 실리는 기대
이번 수주는 한미 조선협력 구상인 마스가에 힘을 싣는 계기로 읽힙니다. 한국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가운데 1500억 달러를 조선 분야에 쓰기로 합의한 상태인데요. 미국은 2054년까지 전투함과 지원함을 합쳐 364척의 신규 함정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관건은 후속 물량입니다. 한화는 필리조선소에 최대 50억 달러를 투자해 연간 1.5척 수준인 건조 능력을 최대 20척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남은 물량의 발주처 상당수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실제 성과는 앞으로의 입찰 경쟁에서 갈릴 전망입니다. HD현대도 미국 현지 조선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국내 기업 간 경쟁 구도 역시 변수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