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카라에서 달라진 트럼프의 선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을 눈에 띄게 바꾸었습니다. 지난 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의 현지 생산을 허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취임 초반 종전을 명분으로 영토 양보를 압박하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인데요.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의 방공 능력을 장기적으로 뒷받침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신호로 읽히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의 군사기지와 정유소를 향해 벌이는 드론 공격까지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전쟁이 격화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이런 압박이 종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인데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생산 기술까지 전수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선 상징적 조치로 풀이됩니다.
면허는 받았지만, 양산은 다른 문제
다만 기쁨도 잠시, 현실적인 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패트리엇은 레이더와 유도 장치 등 정밀 부품으로 구성된 복잡한 첨단 체계라서 단순히 공장을 짓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독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생산 결정 후 실제 인도까지 수년이 걸렸는데요. 미 국무부의 기술 이전 승인과 공급망 구축, 생산 시설 방호까지 고려하면 당장의 전황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우크라이나 내에 생산 시설이 들어설 경우, 러시아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도 큰 변수입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패트리엇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라 우크라이나 방산업계조차 이번 발표를 즉각적인 생산 허가보다는 장기적인 지원 의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시선과 종전의 미로
트럼프 대통령의 변화에 러시아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이 무기를 계속 공급하면서 평화를 촉진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은 재확인했는데요. 이처럼 전장의 격화와 외교적 여지는 동시에 존재하는 셈입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유럽 국가들이 5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무기 조달 계획을 발표하고, 나토 사무총장이 미국과 유럽의 역할을 재조정하는 나토 3.0 구상을 강조하는 등 동맹 내부의 변화도 주목됩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교황청과 종전 협상 가능성을 논의하는 등 다양한 외교적 채널도 가동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끝이 조금 더 가까워졌는지, 아니면 더 큰 격랑의 서막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