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을 갈란 '쪼개기 후원' 판결
수원지법이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 기부 혐의에 대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지방선거와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임직원 등 수십 명의 명의를 빌려 이재명 대통령의 후원회에 총 9,800만 원을 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재판부는 불법 후원 액수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본인의 자금을 사용했고 명의를 빌려준 이들이 강압에 의해 동원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양형에 참작했습니다.
반면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다른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김 전 회장의 불법 기부에 이 전 부지사가 공모했다는 혐의는 배심원단의 만장일치 무죄 평결에 힘입어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자금을 제공한 사람은 유죄를, 받은 쪽의 연관자는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법원의 판단 기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실행과 공모 사이
이번 판결의 핵심은 '실행'과 '공모'를 엄격하게 구분한 점입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임직원 명의를 동원해 법정 한도를 초과한 자금을 기부한 물리적 행위 자체는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과 사전에 연락을 취하거나 범행을 모의했다는 점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준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쉽게 말해 돈을 나눠서 보낸 행위는 확실히 불법이지만, 그 뒤에 누가 조종했다는 증거는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법원이 이 전 부지사에 대해서는 의심은 있었으나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증거주의 원칙에 따른 결과로 풀이됩니다. 다만 불법 기부액이 9,800만 원에 달하는데 벌금이 500만 원에 그친 점은 법적 억제력이 충분한지를 두고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엇갈리는 주장과 남은 과제
김 전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북송금 사건이 이재명 대통령이나 경기도의 지시가 아닌 자신의 주도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며 파장을 키웠습니다. 특히 검사실 연어 술파티 의혹에 대해서는 종이컵에 물을 따라 건배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는데요. 이에 대해 이화영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법인카드 결제 내역 등 객관적 물증이 존재한다며 김 전 회장의 말이 계속 바뀌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김 전 회장이 모든 책임을 이 전 부지사에게 떠넘기려 하며 자신만 빠져나가려 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판결은 김 전 회장의 불법 기부 행위만을 인정한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이나 후원회 측의 인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향후 검찰의 항소 여부와 별도로 진행되는 관련 재판들을 통해 진실 규명이 이루어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