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만의 기적과 잔혹한 현실
2026년 6월 24일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를 강타한 규모 7.2와 7.5의 연쇄 강진은 카티아라마르의 한 쇼핑센터를 무너뜨렸습니다. 야간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에르난 알베르토 힐 플로레스 씨는 약 9미터 깊이의 잔해 속에 갇혔고, 골든타임인 72시간을 훌쩍 넘긴 8일 만에 칠레 등 7개국 합동 구조대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되었습니다. 그가 머물던 경비 초소가 형태를 유지하며 내부에 에어포켓이 형성된 것이 결정적 생존 이유였습니다.
시민이 메운 공백, 무너진 국가 기능
70시간의 구조 작업 동안 칠레, 미국, 멕시코, 엘살바도르, 포르투갈, 코스타리카 등 합동팀은 음향 탐지로 생존자를 확인한 뒤 물과 전해질 음료를 공급하며 그의 생존을 도왔습니다. 스페인 정부도 철수 작전과 야전병원 설치를 위한 의료진, 군 비상구급부대를 잇따라 파견하는 등 국제적 구호망이 가동됐습니다.
이번 사태는 베네수엘라 국가 기능의 붕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임에도 휘발유 부족으로 굴착기가 한 대도 가동되지 못했고, 잔해 속에서 귀중품을 훔친 공무원 4명이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중앙 정부는 국가 애도 기간만 선포했을 뿐 식량과 의약품 보급은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했습니다.
정치적 파장과 실종자 5만 명
지진으로 189채의 건물이 완전히 붕괴됐고, 사망자는 2,595명에 달합니다. 부상자는 1만 2,000명을 넘겼으며 5만 명에 가까운 실종 신고가 접수될 정도로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씨의 귀국 시도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진 복구 시기가 귀국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백악관은 과도정부를 이끄는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을 지지하며 정국 안정을 우선시했습니다. 마차도 씨는 퀴라소와 파나마 등 우회 경로로도 입국을 재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