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가 드러낸 보안 격차
2026년 9월 말 기준 정부의 24시간 의료 보안관제에 가입한 의료기관은 전국 61곳입니다. 상급종합병원은 77.1%가 참여했지만, 종합병원은 10.6%에 머물렀습니다. 전국 7만5560곳의 병의원 중 가입한 곳은 5곳뿐으로, 비율은 0.007%입니다.
이 수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서 받은 자료에서 나왔습니다. 대형병원과 동네 의료기관의 보안 격차가 숫자로 확인된 셈인데요. 환자 정보를 다루는 곳일수록 규모와 관계없이 같은 수준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격차가 크게 읽힙니다.
공격은 동네 병원으로
침해 사고도 중소 의료기관에 집중됩니다. 2026년 1월부터 9월까지 민간 의료기관 침해 사고 28건 중 25건이 병원과 의원에서 발생해 89.3%를 차지했습니다. 2020년부터 2026년 9월까지 누적 133건 가운데 82%도 병의원에서 일어났습니다.
공격은 대부분 랜섬웨어로, 누적 133건 중 121건인 91%가 데이터를 암호화한 뒤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주된 경로는 외부에 열린 포트와 상용 원격제어 프로그램의 취약점입니다. 보안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중소 병의원이 상대적으로 손쉬운 표적이 된 구조입니다.
반면 보안관제를 받는 기관에서는 2025년 4만3090건, 2026년 9월까지 9만2150건의 침해 시도가 탐지됐지만 실제 침해는 없었습니다. 관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탐지와 차단의 효과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지원과 인센티브의 과제
낮은 가입률의 배경에는 비용과 인력 문제가 있습니다. 의료기관의 88.2%가 보안관제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실제 도입률은 57%에 그쳤고, 초기 구축 비용과 전문인력 부족이 걸림돌로 꼽혔습니다. 중소 병의원은 필요성을 알면서도 당장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겁니다.
현행 의료법은 침해사고 예방과 대응 업무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소 의원은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보안관제와 원격 접속 통제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예산 확대와 참여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관제 가입을 독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비용 부담을 낮추는 지원과 취약점 점검, 교육을 함께 묶는 정책 설계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