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합동수사본부가 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넘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예산 운영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투표용지 보관 상자 무단 폐기 의혹과 고위직들의 해외 출장 논란이 맞물져 파문이 커지고 있는데요.
투표용지 상자 폐기 의혹에 촉각
합수본은 7월 3일 송파구 선관위 관계자들을 잇달아 소환해 조사를 벌였습니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증거보전 결정이 내려진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용지 보관 상자가 법원 현장검증 전에 이미 폐기된 경위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앞서 서울동부지법이 해당 투표소를 현장 검증하려 했으나, 확보 대상이었던 상자는 사라진 뒤였습니다. 선관위 측은 증거보전 목록을 전달받기 전에 폐기했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상자에는 투표용지 1,900매가 담겨 있었고 이는 선거인 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량이었습니다. 이는 투표용지를 최소 50% 이상 인쇄해야 한다는 내부 지침 위반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풀이됩니다.
합수본은 송파구 선관위 선거담당관과 선관위원, 자치행정과 선거대책반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보고 경로와 지시 체계를 면밀히 살피고 있습니다. 또한 전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 씨가 폐기된 상자 중 하나를 확보했다고 공개하면서 논란이 더 가중된 상황이라, 단순 행정 착오인지 의도적인 증거 인멸 시도인지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외유성 출장 논란도 수사 대상
투표용지 사태와는 별개로 선관위의 해외 출장 예산 유용 의혹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합수본은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장을 고발인으로 불러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의 외유성 출장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습니다.
고발 내용을 살펴보면, 선관위 공무원들이 몰디브 대통령 선거 참관 명목으로 1,470만 원을 지출하고, 피렌체와 베네치아, 방콕 등을 다니며 총 8,680만 원의 예산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노 전 위원장 역시 배우자와 함께 덴마크 등으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약 9,053만 원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일부 출장 보고서에는 배우자 동행 사실이 누락된 것으로 파악되었는데요.
이에 대해 노 전 위원장은 국정조사 특위에 출석해 배우자 동행이 국민 눈높이에서 부적절했음을 인정하고 관련 비용을 반납하거나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고발인 측은 비용 변상은 양형 사유일 뿐 범죄 성립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업무상 횡령 혐의 적용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수사 범위 확대와 향후 전망
합수본은 이 두 가지 사안을 동시에 수사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선관위 예산 낭비 문제를 충분히 수사하고 인력을 늘리라고 지시한 데 따라, 반부패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를 포함한 검찰과 경찰 인력을 추가로 배치했습니다.
현재 서울시 선관위 기획계장과 송파구·강남구·광진구 선관위 관계자 등이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수사는 선관위의 방만 운영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선관위가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소극적으로 해왔다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합수본은 압수수색과 추가 소환을 통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고의성 여부와 예산 유용 혐의를 동시에 파헤칠 방침입니다.
앞으로 선관위 내부 문건 확보 여부와 추가 폐기 의혹 규명이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