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개정안 하나에 지지율이 무너졌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내각의 지지율이 정권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는 41%까지 급락해 비지지율 44%에 처음으로 역전당했고,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도 53%를 기록하며 줄곧 유지해 온 60%대가 붕괴되었습니다. 정권 초반을 이끌어 갔던 높은 지지가 한 달 만에 크게 꺾인 겁니다.
이러한 하락세의 결정적 계기는 지난 7월 17일 참의원을 통과한 황실전범 개정안입니다. 현재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왕위 계승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데요. 이번 개정은 이런 상황을 여성의 지위 개선이 아닌, 옛 왕족 남계 남성을 양자로 들이는 방식으로 풀었습니다. 대상자는 현 일왕과 36촌에서 38촌에 달하는 먼 친척 관계여서 정통성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국민 다수가 바란 건 따로 있었는데요
사실 일본 국민의 70% 이상은 아이코 공주를 포함한 여성의 왕위 계승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여론조사에서 개정안이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했다는 응답이 60%를 넘고,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62%에 달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정작 여성의 왕위 승계는 막아선 셈이라, 많은 이들이 아이러니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개정안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응답자는 19%에 그쳤고, 여성 천황이 필요 없다는 의견은 11%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유엔 사무총장까지 우회적으로 여성 권리 향상을 언급할 정도로 국제사회의 비판도 나오고 있는데요. 스페인이나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 주요 왕실이 장자 승계를 채택한 것과 비교되며 시대에 뒤처진 조치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생 위기 속 정치적 위기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왕실 문제만은 아닙니다. 고물가 상황에 대한 정부 대응을 부정적으로 보는 국민이 57%에 달했고, 정책 추진 방식이 정중하지 않다는 평가도 46%나 나왔습니다. 특히 정권을 지지했던 무당층의 이탈이 뚜렷해졌는데요.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무당층의 내각 지지율은 36%에 그쳤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2%로 처음으로 앞섰습니다. 이는 보수층 결집을 노린 강경 정책이 오히려 중도층을 멀어지게 한 결과로 보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월 총선에서 무당층의 지지를 얻어 압승했지만, 이후 불법 체류 외국인 단속 강화 등 보수 정책을 고수하며 민심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왕실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야당의 목소리를 무시한 일방적인 국회 운영도 비판을 샀는데요. 결국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불신이 겹치면서, 일본의 첫 여성 총리는 창출한 역사적 상징성만큼의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