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뒤에도 식지 않는 당내 온도차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벽 없는 원팀을 외치며 지도부를 출범시켰지만, 당내 온도는 여전히 높습니다. 전당대회에서 석패한 정청래 전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탈당하지 말고 끝까지 자신을 지켜달라고 호소했고, 친청계 최민희 수석최고위원은 원팀의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사실 이번 전당대회는 친명계와 친청계가 서로를 악마화하며 정책 경쟁은 뒷전이 된 채 감정 대립으로 치달았던 현장이었습니다. 막판까지 이어진 대결은 집권 여당의 내부 모습이라기보다 오히려 극심한 진영 대결을 연상시켰는데요. 벽 없는 원팀을 내걸었지만, 당내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ABC론에서 ABC 플랜까지, 달라진 의미
갈등의 시작점은 유시민 작가가 제기한 이른바 ABC론이었습니다. 당시 가치 지향적 당원을 선한 A그룹으로, 정치적 이익을 좇는 세력을 기회주의 B그룹으로 규정하며 내부에 깊은 금이 가게 만들었는데요.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문조털래유 같은 멸칭까지 등장하며 과거 보수 진영을 향했던 풍자가 내부 구성원을 향하는 칼날로 변질되기도 했습니다. 김민석 대표는 이를 뒤집어 민생 정치, 확장 정치, 유능한 정치를 뜻하는 새로운 ABC 플랜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언어 유희가 아니라 과거의 분열적 프레임을 통합과 실용의 비전으로 승화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이번 ABC는 과거의 분열 코드를 딛고 중도와 실용으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풀립니다.
통합을 넘어 실질 정치로 가는 길
문제는 의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입니다. 최고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친청계로 구성되었고,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정청래 전 대표가 앞섰던 만큼 김 대표의 리더십은 내부 견제 속에서 시험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만찬을 통해 당정 관계를 다지려 하지만, 당정일치와 수평적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건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특히 노란봉투법 같은 강성 의제에 치중하며 집값 불안이나 가계부채 같은 실질적인 민생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개선을 보여주는 게 급선무입니다. 당심이나 명심을 따르는 모습만 보인다면 중도 확장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민심을 우선으로 두고 실질적인 정치를 보여주는 것만이 갈등을 봉합할 유일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