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덮친 불길
31일 0시 2분쯤 충남 부여군 장암면 원문리의 한 양계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는 1시간 10여분 만인 오전 1시 16분쯤 불을 모두 껐는데요. 이 화재로 닭 2만7000마리가 폐사하고 3억1000만원 규모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불은 1200㎡ 규모의 철골조 칼라강판 계사 1동을 전소시켰습니다. 다행히 당시 양계장에 있던 외국인 근로자 2명은 스스로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불붙으면 걷잡을 수 없는 구조
계사는 화재에 특히 취약한 시설로 꼽힙니다. 단열재와 사료, 먼지 등 가연성 물질이 많고 환기 설비가 밤낮없이 가동되는 데다, 대부분 야간에는 사람이 상주하지 않습니다. 한 번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번질 수밖에 없는 조건인 셈입니다.
밀폐 구조도 피해를 키우는 요인입니다. 연기가 빠져나갈 틈이 적어 초기 대응이 늦어지기 쉽고, 불길이 잡힐 무렵에는 계사 안의 가축이 이미 폐사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축사 화재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계사가 전소되면 피해는 화재 당일로 끝나지 않습니다. 닭 수만 마리가 한꺼번에 폐사하면 농가로서는 한 해 소득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고, 재입식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원인 조사와 남은 과제
관건은 발화 지점을 얼마나 빨리 특정하느냐입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전기 설비 이상이나 기계 과열 가능성 등 여러 정황을 살펴볼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야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도 제대로 설 수 있습니다.
축산 농가에서는 예방 시설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소규모 농가일수록 노후 전선 교체나 자동 소화 장치 설치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험 가입 여부와 보상 범위도 농가의 회복 속도를 가를 변수로 꼽힙니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야간 무인 계사에 대한 안전 점검이 다시 이뤄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