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원점으로 돌아간 종부세 개편
정부와 민주당이 합의해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한 달도 채 안 돼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기본공제를 기존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려던 방안이 여론의 반발을 사자, 결국 현행 기준을 유지하기로 한 것인데요. 정책 발표 한 달 만에 뒤집힌 셈이라 조세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비거주자와 실거주자 간 공제 차등은 유지하되, 기본공제액은 현행대로 두겠다고 밝혔습니다. 원래 정부는 5억 원 차등을 제안했다가 시장 의견을 반영해 2억 원 차등으로 축소했는데, 이마저도 여론이 악화되면서 정부가 한 발 물러선 모양새입니다. 거주자 공제는 14억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그대로 추진됩니다. 이 후보자는 물가 안정을 민생 경제의 기본이자 양극화 해소의 출발점으로 꼽으며, 확장 재정과 투자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치적 부담에 밀린 과세 원칙 후퇴
종부세는 도입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세 기준이 크게 흔들려 왔습니다. 과세 대상이나 공제 수준, 기준 가격이 수시로 달라지다 보니 납세자들은 장기적인 세 부담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는데요. 이번 유턴 역시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이번 결정을 두고 '2028년 총선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과세 원칙을 접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실 조 원장은 최근 이재명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기도 한데요. 정부가 정치적 계산에 따라 세금 정책을 쉽게 뒤집으면, 납세자들은 국가의 조세 정책을 믿고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렵게 됩니다. 부동산 세제는 한 번 바뀌면 시장과 납세자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가벼운 접근은 곤란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부는 실거주 1주택자 부담 완화와 비거주 고가주택 과세 강화라는 방향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근거와 설득력 있는 논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야당 역시 '상위 1% 감세'라는 구호만 외치기보다, 조세 형평성과 재산권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함께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 후보자는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집을 갖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부총리 취임 후에는 녹실회의를 부활시켜 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종부세 논란에서 보듯, 정책이 발표된 뒤 여론이나 선거 계산에 따라 뒤집히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세금은 선거를 위해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종부세의 존재 이유와 과세 대상, 공제 기준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