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영토 선언 공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하겠다고 밝히면서 중동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연설에서 이란이 심하게 패배하고 있다며, 미국이 사실상 봉쇄 중인 해협을 조만간 자국 영토로 삼겠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대해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변함없이 이란 영토라며 허황된 망상이라고 즉각 반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미 해군이 이란 유조선을 나포하고 성조기를 게양하는 AI 합성 사진까지 올리며 심리전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는 실제 영유권 확보보다는 미국의 해협 통제력을 과시하려는 전략으로 풀리지만, 이란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맞서고 있습니다. 양측의 대립이 군사적 충돌을 넘어 외교와 경제 영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군사전에서 경제전으로 옮겨간 전략의 무게중심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은 군사적 공세에서 벗어나 경제 압박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의 경제적 고립 조치를 다음 주에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란 경제를 완전히 고립시키겠다고 경고했는데요. 이런 전환은 방공 미사일 재고 급감과 9개월째 현지에 머물던 항공모함 링컨호 승조원들의 피로 누적 등 군사 작전의 한계가 작용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이란 역시 미국의 해상봉쇄로 석유 수출길이 막히면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했습니다. 에스마일 사가브 에스파하니 이란 부통령은 휘발유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매일 1,400만ℓ 부족하다며, 국민 1인당 하루 1ℓ 배급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2019년 유가 인상으로 촉발됐던 대규모 시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이란은 미국이 해상봉쇄를 종료하고 배상을 하지 않는 한 해협 개방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누가 먼저 굴복할까, 인내심의 한계를 겨루는 소모전
현재 미국과 이란의 대립은 전장에서의 승패를 넘어 경제적 고통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를 겨루는 소모전으로 변모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은 전쟁 이전의 20% 미만으로 급감했고, 인근 해역에서 보고된 선박 피해만 총 56건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제유가는 주간 기준 5%대 상승하며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서는 감수할 수 있는 대가라고 여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과 장기전에 따른 국내적 피로감은 미국에도 적지 않은 변수입니다. 결국 이 싸움의 향방은 해협의 물리적 통제권보다, 어느 쪽의 경제가 먼저 균열을 보이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