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동이라는 새로운 벽
미국 정부가 지난 7월 24일부터 60개 교역국을 대상으로 한 신규 관세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교역국들의 강제노동 제품 금지 조치 미흡에 대응한다는 명분 아래 1974년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마련되었는데요, 기존 보편 관세가 만료되면서 새로운 법적 토대가 급하게 마련된 셈입니다. 국가별로 10%에서 12.5%까지 차등 적용된 이번 관세에는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 제품도 포함되었습니다. 이번 조치가 단순한 통상 정책을 넘어 글로벌 교역 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관세율은 국가별로 달랐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영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는 10%가 부과된 반면,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 제품은 10%에서 12.5% 사이에서 조정되었고 중국과 러시아 등 38개국에는 12.5%가 적용되었습니다. 다만 원유나 가스, 철강, 핵심 광물 등 미국 내 공급이 부족한 품목은 예외로 두어 경제적 혼란을 줄이려는 모습을 보였죠.
법적 근거를 바꿔 맞춘 관세
사실 이번 301조 발표는 상당히 급박하게 전환된 법적 논리를 안고 있습니다. 2025년 초 도입된 10% 보편 관세는 지난 2월 연방 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 근거를 무효화하면서 위기를 맞았는데요.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최장 150일간의 임시 보편 관세를 유지해 왔지만, 7월 24일 만료 시한을 앞두고 301조를 새로운 법적 토대로 급하게 전환한 것입니다. 이는 강제노동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기존 글로벌 관세 체계를 그대로 이어가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당연히 이런 법적 전환은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관세 부과를 위해서는 강제노동과 관련한 구체적인 국가별 조사 결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는데, 실제로 미국 내 중소기업 두 곳이 연방국제통상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무역대표부가 이미 정해진 결론을 조사 결과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했다고 비판했고, 이는 대통령의 과세 권한을 넘어선 위법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원고 기업들은 이번 소송이 단순한 이익 다툼이 아니라, 행정부의 입법부 침해를 막으려는 원칙 싸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송이 낳을 통상 지형의 변화
반대로 행정부는 강제노동 금지라는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며 관세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상대국 정부가 강제노동 금지 조치를 강화할 경우 관세를 면제해 주는 방안도 마련해 두어, 일종의 교섭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취지도 엿보입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미 정해진 결론에 맞춰 절차를 뒤늦게 맞춘 이번 조치가 진정한 강제노동 대응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소송이 접수된 시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관세가 적용된 7월 24일 0시 1분이 넘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소장이 접수되었는데, 이는 기업들이 이번 조치를 사실상 기존 상호관세의 재탕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향후 연방국제통상법원의 판단에 따라 미국의 통상 정책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을 수 있고,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한동안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