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공급망의 새로운 선택지
AMD의 CEO 리사 수가 한국을 방문해 정부와 주요 기업을 연쇄로 만나고 있습니다. 이번 방한은 단순한 의례적 방문을 넘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도전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힙니다. 정부 관계자와의 회동에서는 ‘AI 고속도로 구축’ 사업을 소개하며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고, 업스테이지 김성현 대표와의 단독 회동에서는 구체적인 GPU 공급 방안까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사 수 CEO는 한국을 중요한 파트너로 평가하며, GPU를 많이 그리고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현재 AI 인프라의 핵심 자원인 고성능 GPU 시장이 다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으로, 국내 AI 스타트업과 연구 기관들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업스테이지는 AMD의 최신 GPU인 MI355X를 도입해 자체 LLM ‘솔라’ 개발과 정부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활용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협력의 구체적 그림과 한국의 입지
이번 협력 논의는 하드웨어 공급을 넘어서는 포괄적인 파트너십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정부 측은 K-문샷 프로젝트나 AI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과 같은 분야에서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이 단순한 기술 소비자가 아닌,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협력적 파트너로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과 임문영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이 직접 나서 회담을 진행한 점도 그 중요성을 반증합니다.
리사 수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도 면담을 가졌습니다. 삼성전자와의 협력 가능성은 특히 주목받는데, 최근 삼성전자가 오픈AI에 HBM4를 단독 공급했다는 보도가 나온 만큼,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와 AI 연산용 반도체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합니다. AMD의 AI 반도체 ‘인스팅트’ 시리즈와 삼성의 HBM이 결합된다면, AI 하드웨어의 완성도 높은 패키지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다변화의 의미와 향후 과제
현재 AI 산업은 엔비디아의 GPU와 CUDA 생태계에 상당히 의존적인 구조입니다. AMD의 적극적인 한국 시장 공략은 이런 공급망 집중 현상에 대한 자연스러운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공급자가 경쟁하면 가격 경쟁력이 생기고 기술 발전도 촉진되는 효과가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업스테이지 김성현 대표가 회동에서 GPU 인프라의 ‘독점 문제’를 직접 제기한 것은 이런 산업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선택지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과제도 많습니다. 엔비디아에 비해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개발자 커뮤니티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고, 기존에 구축된 인프라를 전환하는 데에는 추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AMD의 약속이 단기적인 공급 확약을 넘어, 한국 파트너들과의 장기적인 기술 지원과 생태계 공동 구축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정부와 기업들의 반응은 신중하지만 긍정적이며, 이번 방문이 실질적인 협력의 시작점이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