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미터 앞에서 멈춰선 수색, 그 너머의 절망
네팔 라수와 지역의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인근, 한국 정부 신속대응팀과 해외긴급구호대가 연락이 끊긴 한국인 9명을 찾아 허리를 숙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실종 추정 지점 50m 앞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했으나, 낭떠러지와 험난한 지형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안전 문제로 결국 철수를 결정해야 했는데요. 현재는 헬기와 무인기, 열화상 탐지기까지 동원해 공중과 지상을 동시에 살피며 수색망을 좁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균 4미터에서 최대 16미터에 달하는 토사 퇴적층과 거대한 바위들이 가득한 현장은 구조대의 발걸음을 계속해서 막고 있습니다.
기후재난의 대가를 묻는 네팔
이번 참사는 지난달 26일 히말라야 산악지대의 빙하호가 붕괴되면서 시작됐습니다. 해발 5,300m 넘는 곳에서 엄청난 물과 바위가 쏟아져 내리면서 마을과 발전소를 휩쓸었습니다. 현재까지 네팔과 중국을 합쳐 사망자가 1,200명을 넘고, 실종자는 4,700명에 육박합니다. 네팔 정부는 이번 재난의 근본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0.1%에 불과한 네팔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네팔 외무부는 미국과 중국, 인도 등 주요 배출국들을 향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책임에 따른 배상을 공식 요구했습니다. 복구 비용이 50억 달러로 GDP의 10%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는 네팔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무게입니다.
살아남은 자들의 현재, 그리고 국제 협력
재난 현장 곳곳에서는 삶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누와코트 지역에서는 주택 대부분이 파묻힌 가운데, 단 한 채의 초록색 집만이 홀로 서 있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주민들은 구호물자 전달 차질과 위생 악화로 인한 전염병 위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국 구호대가 현지에 도착해 네팔군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고, 중국도 국경 도로를 복구해 중장비를 투입하며 수색을 돕고 있습니다. 다만 인명 구조와 시신 수습이 우선인 지금,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없이는 네팔의 재활과 재건은 요원한 상황입니다. 네팔 관광 당국은 힘든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히말라야 관광 재개를 호소하고 있지만, 아직은 무너진 마을을 보듬는 일이 더 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