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고개 숙인 이유
수원지방법원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국회 위증 혐의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재판부가 변호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송병훈 재판장이 오기두 변호사에게 고개를 숙인 건, 박상용 검사와 쌍방울 관계자를 혼동한 착오 때문이었는데요. 이 작은 이름 섞임이 오히려 이번 재판의 복잡한 쟁점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이 전 부지사가 2024년 국회 청문회에서 검찰이 연어와 술자리를 제안하며 진술을 회유했다고 증언한 부분이 허위인지 여부입니다. 검찰은 이를 위증으로 보고 기소했으며, 이 전 부지사는 검찰의 회유와 압박이 실재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술자리는 있었나, 없었나
재판에서는 술파티 의혹을 둘러싼 증언들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수용됐던 동료 재소자는 법정에 나와 검사가 소주를 따라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당시 이 전 부지사의 얼굴이 붉어져 취한 상태였다고 증언했습니다. 또한 이 전 부지사가 직접 자리 배치도를 그려가며 상황을 설명했다고도 진술했는데요.
반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설주완 전 변호사는 술자리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설 변호사는 좁은 검사실 특성상 술 냄새가 났다면 즉시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김 전 회장은 술을 마신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이러한 증언들이 출입 기록과 결제 시점 등 물적 증거와 맞지 않는다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진술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재판부가 어느 쪽의 주장에 무게를 둘지 주목됩니다.
거짓말탐지기와 공소권 남용 논란
재판 과정에서 박상용 검사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겠다고 적극적으로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판준비절차에서 협의되지 않았고 피고인 측 동의도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가 대검찰청 문서의 인물을 착각해 박 검사를 추가 신문하려 했다가 무산된 일도 있었는데요. 이러한 절차적 혼란은 이 사건 전체를 둘러싼 긴장감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이 2022년 이후 총 여섯 차례에 걸쳐 기소를 이어가며 과도한 공소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술자리 여부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이제 단순한 위증 여부를 넘어, 검찰 수사 방식의 적절성까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재판부는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 심리를 마무리한 뒤 공소권 남용 주장에 대한 심리를 이어갈 예정이며, 선고 결과에 따라 향후 수사 관행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