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깬 고용지표와 엇갈린 월가
미국의 6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신규 고용은 5만 7천 명 증가에 그쳐, 월가가 기대했던 11만 명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는데요. 특히 이전 두 달치 수치가 총 7만 4천 명 하향 조정되면서 고용 시장의 둔화세가 뚜렷해졌습니다.
이러한 '고용 쇼크'에 뉴욕 증시는 극명한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다우지수는 헬스케어와 경기소비재 업종을 중심으로 594포인트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0.8% 하락하며 장을 마쳤습니다. 고용 둔화가 오히려 금리 인상 압력을 덜어준다는 기대감에 가치주는 뛰었지만, AI 반도체주에 대한 과열 경계심은 동시에 표출된 셈입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이 이틀 연속 조정을 받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5% 넘게 폭락했고, 테슬라도 7%대 급락했습니다.
숫자 뒤에 숨은 노동시장의 그림자
고용지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더 복잡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실업률은 4.2%로 소폭 낮아졌지만, 이는 취업자가 늘어서가 아니라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경제활동참가율은 61.5%로 떨어지며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한 달 동안 약 72만 명이 노동시장을 이탈했습니다.
특히 25~34세 젊은 층의 고용 감소가 두드러졌고, 레저 및 숙박업계 고용 부진도 눈에 띄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안은 이번 고용 둔화가 노동수요가 아닌 노동공급 측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실업률 하락이 좋은 소식이 아니라, 노동시장을 떠난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기대를 모았던 월드컵 특수 역시 고용지표에 거의 반영되지 않아 경제 전반의 활력에 대한 우려도 커졌습니다.
연준의 딜레마와 시장의 선택
고용 시장의 냉기가 확산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기대감은 급격히 후퇴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기존 28.9%에서 17.6%로 낮아졌고, 동결 확률은 82.4%까지 올랐습니다. 이로 인해 단기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달러인덱스는 100선 중반까지 밀리면서 금과 은, 비트코인 등 자산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다만 연준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케빈 워시 의장은 AI 도입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지만, 노동력 인구 감소가 잠재성장률을 훼손할 수 있다는 구조적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연준은 물가 안정 의지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고용 시장의 냉기를 외면할 수 없는 딜레마에 놓인 셈인데요. 시장은 일단 다음 주쯤 열릴 다음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향후 물가와 고용의 흐름에 따라 연준의 판단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