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상처에 덮친 집중호우
지난해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었던 경북 안동시 일직면 귀미리 주민들에게 지난 18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는 또 한 번의 절망을 안겼습니다. 산불 이재민을 위해 마련됐던 임시조립주택 11동 중 6동이 하천 범람으로 침수되거나 떠내려갔고, 안동시는 안전상의 이유로 남은 주택까지 모두 철거했습니다. 산불에 이어 폭우라는 연쇄 재난이 덮치면서 이재민들은 이중고에 빠졌습니다.
이재민 15명은 현재 마을회관과 경로당에서 피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 모 할머니는 가슴 높이까지 차오른 물로 살림살이를 모두 잃었고, 권 모 할아버지는 농사와 복구에 쓸 차량과 오토바이까지 침수되어 막막한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에서도 임시주택이 침수되고 도로가 유실돼 34가구 50명이 추가 피해를 겪었습니다.
피해를 키운 복합적 원인
이번 수해가 특히 컸던 데는 지난해 대형 산불이 남긴 상처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산불로 나무가 사라진 산자락은 빗물을 흡수하지 못했고, 흘러내린 토사와 산불 피해목이 교각에 걸려 하천을 막으면서 범람이 가속화됐습니다. 산불이 남긴 상처와 인프라 허술이 맞물리며 피해를 키웠습니다.
주민들은 교량 구조가 물길을 가로막은 인재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는데요, 7년 전부터 교각 개선을 요구했지만 예산 문제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에 임시주택 자체의 취약성도 문제로 드러났습니다. 배수 시설이 충분하지 않았고 컨테이너를 고정하는 핀 등 장치가 미흡해 거센 물살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끝나지 않는 불안과 복구 현장
안동시와 경북도는 군 장병과 자원봉사자 등 387명을 투입해 긴급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도로 유실과 하천 제방 붕괴 등 공공시설 23건, 잠정 피해액 16억 원에 달하는 복구가 진행 중인데요. 농작물 41.6ha가 침수되고 주택 침수 등 사유시설 피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북도의회 김희수 의장과 도의원들도 피해 지역을 직접 방문해 신속한 일상 회복을 약속했습니다.
당연히 이재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날씨입니다. 기상청은 22일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고, 경북 내 산사태 취약지역 인근에 위치한 임시주택이 141동이나 되는 탓에 추가 피해 우려가 큽니다. 추가 폭우가 예보된 가운데 이재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동시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며 주민 안전 확보와 빈집 활용 등 이재민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