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만에 꺼낸 사과, 왜 진정성 논란이 일까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 발생 8일 만에 대국민 사과에 나섰습니다. 5월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 회장은 세 차례 고개를 숙이며 모든 책임은 자신과 경영진에게 있다고 밝혔습니다. 변명 없이 사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5·18 관련 단체들은 이를 역사를 모욕한 빈껍데기 사과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광주를 중심으로 한 불매운동은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스타벅스 교환권 인기가 급락하고 메가MGC커피 아메리카노 교환권이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는데요. 이미 구매한 텀블러나 머그컵의 로고를 지우거나 스티커로 가리는 이른바 '스벅 흔적 지우기'까지 등장하며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단순한 감정을 넘어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탱크데이'는 어떻게 기획됐나
이번 논란은 지난해 겨울 프리퀀시 증정품 가습기가 화재 위험으로 전량 리콜되면서 대체 콘텐츠가 급했던 상황에서 비롯됐습니다. 썸머 프리퀀시 일정 연기와 버디위크 출시 지연으로 생긴 5월 매출 공백을 메우려다 보니 민감한 기념일에 무리하게 행사를 추진한 겁니다. 스타벅스 측은 텀블러 용량 503ml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와 같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17온스를 밀리리터로 환산한 결과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신세계그룹의 내부 조사 결과, 실무진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홍보 문구를 만들었고 기존 문구와 운율을 맞추려다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이 나왔다고 진술했습니다. 고의성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는 찾지 못했는데요. 하지만 팀장부터 대표이사까지 이어지는 4단계 결재 과정에서 아무도 역사적 민감성을 지적하지 않았고, 일부 결재자는 첨부파일조차 열어보지 않고 승인했습니다. 사내 메신저 기록이 일주일 뒤 자동 삭제되는 시스템 탓에 초기 기획 단계의 물증 확보에도 한계가 있어, 리스크 관리 체계의 총체적 부실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경찰 수사와 남은 과제
현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 혐의가 성립하려면 해당 표현의 대상이 명확하고 고의가 입증돼야 하는데, 이것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특히 일부 실무 직원이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면서 경찰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초기에는 사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가 여론 반발에 입장을 선회했고, 정청래 대표는 정 회장의 과거 SNS 발언을 거론하며 진정성을 의심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6월 1일부터 스타벅스 선불카드 환불을 진행하고 미국 본사와 리스크 통제 절차 개선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5·18 단체들이 요구하는 정 회장의 사퇴나 미국 본사와의 계약 취소는 수용하지 않고 있어 사태의 봉합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