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는 늘었는데 현장은 멈춰 있습니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내걸었지만, 인허가 후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174만 7000가구였는데요.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은 주택이 53만 9000가구에 달하는 겁니다. 수도권 규제지역만 해도 인허가 후 미착공 물량이 32만 3000가구에 이릅니다.
이런 공백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이 막혔기 때문입니다. 주택 개발은 보통 브릿지론으로 토지를 확보한 뒤 본 PF로 전환해 공사비를 조달하는 구조인데요. 금리 급등과 PF 부실 우려로 금융당국이 사업성 평가를 강화하고, 금융권 역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현장의 돈줄이 말라버렸습니다.
공급 확대 정책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
이런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 확대 정책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준공업지역 용적률 상향, 도심복합사업, 그린벨트 해제 등이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띄우고 투기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경실련은 이런 공급 확대 방식이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준공업지역 주거화는 중장년 숙련 노동자 중심의 제조업 생태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도심복합사업 역시 용적률은 최대 1.4배까지 높아지는 반면 공공임대 비중은 1015%에 불과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경실련은 대안으로 3기 신도시 부지나 용산정비창 같은 국공유지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강남 서초 보금자리 지구처럼 주변 시세보다 3억5억 원 낮게 공급하면 가격 억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돈줄 풀기와 제도 개선 사이에서
건설업계는 무분별한 PF 확대보다 사업성이 검증된 사업장을 중심으로 자금 공급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리스크 관리는 필요하지만, 대출 문턱이 지나치게 높아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병목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정부 역시 1조 원 규모의 PF 개발앵커리츠를 도입해 사업성은 충분하지만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는 현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만 연세대 상남경영원 고준석 교수는 금융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건설사의 현금 흐름을 개선하려면 기존 미분양 주택 해소가 시급하며, 이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급을 늘리려면 결국 돈줄부터 제대로 풀어주는 게 우선이지만, 동시에 시장 과열을 막을 안전장치도 필요해 보입니다. 주택 공급 확대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자금 조달의 선순환과 정교한 수요 관리가 함께 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