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번진 불씨
프랑스 전역을 휩쓴 시위가 이탈리아 밀라노와 토리노, 볼로냐까지 옮겨붙었습니다. 물가 상승과 공공서비스 악화에 대한 불만이 폭력 사태로 이어지면서 밀라노에서는 271명이 경찰에 연행됐는데요. 이 가운데 미성년자가 220명, 외국 국적자가 60명 포함됐습니다.
두오모 광장에서는 최루탄과 소화기가 오가는 충돌이 벌어졌고,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밀라노 중심가의 샤넬과 티파니 등 명품 매장은 일찍 문을 닫고 상품을 치웠고, 리바이스와 언더아머 매장은 진열창을 판자로 가렸습니다. 나폴리항에서는 연료비 인상에 반대하는 트럭 운전사들이 출입구를 봉쇄해 물류 차질 우려가 커졌습니다.
시작은 교육 예산, 도화선은 생활고
프랑스에서는 고등학생들의 교육 예산 삭감 항의에서 출발한 시위가 생활비와 공공투자 문제로 확대됐습니다. 지난 주말 방화와 약탈로 번지면서 2,400명이 체포되고 경찰관 1,000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소매업연합은 피해 상점이 3,000곳에 육박한다고 집계했고, 상공회의소는 손실이 수억 유로에 달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1883년 준공된 리모주 시청은 화염에 지붕이 무너졌고, 파리 샹젤리제에서는 300명 이상이 명품 매장에 침입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은 에콜 뒤 루브르 학생들이 출입문을 봉쇄하면서 개관하지 못했는데요. 약탈품이 중고거래 플랫폼 '빈티드'에 대거 올라오자 회사 측은 게시물 삭제와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습니다.
재정이 낳은 구조적 분노
배경에는 재정 압박이 자리합니다. 프랑스의 GDP 대비 공공부채는 115~119% 수준이고, 공공지출 비중은 57.2%로 유로존 평균 49.8%를 크게 웃돕니다. 2024년 교육부 예산의 32%가 공무원 연금에 배분됐다는 점도 청년층의 반발을 키운 대목입니다.
2534세 응답자 83%가 현행 연금이 충분한 보장을 주지 못한다고 답했고, 30세 미만 가구주의 총자산 중간값은 2만6,100유로로 6069세 가구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습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4.8~4.9%까지 올라 독일과의 격차가 1.45%포인트로 벌어졌습니다.
수습도 난항입니다. 르코르뉘 총리는 지역별 통금을 지시하고 비상사태 가능성도 열어뒀으며, 사의를 표명한 내무장관은 대통령이 반려했습니다. 노란 조끼 운동은 24일 '2막' 시위를, 주요 노조는 다음 달 5일 파업을 예고했습니다.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거리 시위의 권리는 인정하면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