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선거를 끌어올린 백악관 연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했습니다. 2020년 대선 당시 중국이 2억 2천만 명의 유권자 정보를 불법으로 탈취하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위해 불법 투표용지까지 제작하려 했다는 주장을 펼쳤는데요. 그는 연방 정부 내 기득권 세력이 이 사실을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이른바 딥스테이트 음모론도 함께 제기했습니다. 또한 투표 시 신분증 제시를 강화하고 우편투표를 제한하는 내용의 이른바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 통과를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이번 연설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 공정성을 다시 한번 끄집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당장 백악관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혼선이 커지고 있습니다.
증거 없다는 미국 안팎의 지적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미국 정보당국의 기존 평가와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사이버보안 및 인프라 보안국과 FBI는 중국이 2020년 대선에 실제로 개입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고, 2021년 국가정보위원회 보고서에서도 관련 정황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백악관 무역고문은 이번 수사 초점이 중국이 아닌 국내 행위자에 맞춰져 있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뉴욕타임스와 CNN 등 주요 언론들은 이번 주장을 명확한 증거 없는 음모론의 재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시큰둥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리사 머코우스키 상원의원은 견해를 바꿀 내용이 없었다고 지적했고,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2020년 선거를 다시 따지는 건 헛소리라고 비판했습니다. 존 코린 상원의원은 선거가 불과 100여 일 남은 시점에서 6년 전 일을 언급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사실상 대통령의 주장을 지지하는 쪽은 극우 성향 의원 일부에 그치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부인하고, 외교적 긴장은 고조
중국 외교부는 린젠 대변인의 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순전히 꾸며낸 악의적 비방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중국은 줄곧 내정 불간섭 원칙을 고수해 왔으며 미국 대선에 관심조차 없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요. 오히려 미국이 타국 내정에 간섭하고 전 세계를 감시하며 데이터를 탈취해 왔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트럼프를 비꼬는 별명이 유행하며, 그가 중국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풍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미국 국토안보부는 중국 국적 언론인의 체류 기간을 90일로 단축하는 규정을 발표했고, 중국은 이를 차별적 조치이자 2021년 양국 언론 합의 위반이라며 대등한 반격을 예고했습니다. 이런 긴장감 속에서도 오는 9월 워싱턴 미중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지만, 양국 관계의 냉랭한 기류는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FIFA 리셉션에서도 부정선거론을 이어갔고, 생중계하지 않은 방송사들을 가짜 뉴스라며 비난했습니다. 6년이 지난 과거 선거를 다시 들추는 이번 논란이 미국의 정치 지형과 대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