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미뤄질 위기의 과세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또다시 유예 기로에 섰습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는 연간 250만원을 넘는 가상자산 양도와 대여 소득에 22% 세율을 매기는 방안을 두고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는데요. 세 차례나 연기된 과세가 네 번째 유예로 흐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배경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과세 제도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고 2022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와 과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계속 미뤄졌습니다. 정부는 내년 시행을 전제로 준비 중이지만, 현장의 시스템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여당은 유예, 야당은 폐지와 추가 유예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제도를 보완한 뒤 일정 기간 유예하자는 목소리가 우세합니다. 김민석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제도 정비와 보완을 거쳐 유예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고, 30일에는 두나무와 빗썸 등 5대 거래소 대표와 간담회를 열어 업계 의견을 듣습니다. 거래소들은 2022년 이후 49차례 협의했지만 과세 시스템을 끝내지 못해 자료 누락과 원천징수 오류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반면 야당의 셈법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민의힘은 과세 조항을 아예 삭제하는 백지화 법안부터 2029년, 2030년까지 미루는 법안까지 내놓았습니다. 여당 내에서도 반복된 유예가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일부 전문가는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이 이미 과세에 나선 점을 들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합니다.
남은 숙제는 형평성과 인프라
쟁점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우선 손실 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아 실제 수익보다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식 소액주주의 양도차익이 비과세되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 논란도 이어집니다.
해외 거래소와 탈중앙화거래소, 개인 지갑 거래를 어떻게 파악할지도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탈중앙화와 장외 거래의 보고 주체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도 변수입니다. 업비트와 빗썸은 24시간 거래대금 기준 세계 23위와 38위로, 2018년 1위와 3위에 비해 순위가 크게 내려갔습니다. 국제 공조도 속도가 다릅니다.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는 29개국이 2028년, 미국이 2029년에 참여할 예정이어서 국가 간 시차가 발생합니다. 스테이킹과 에어드롭, 디파이 등 새로운 거래 형태의 과세 기준도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유예 여부만 정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유예 이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지가 시장의 신뢰를 가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