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100년짜리 채권으로 AI 시대에 '세기적' 베팅…투자자들은 왜 몰렸나

마한m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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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달 전 수정 · 2026년 2월 11일 오후 12:47

발행: 2026년 2월 11일 오후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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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며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AI 경쟁이 장기적인 인프라 전쟁으로 변모했음을 의미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채권 시장은 구글의 재무 안정성과 100년 후 미래를 믿고 열광적인 수요를 보였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잇따라 자금 조달에 나서며 AI 시대의 자본 시장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세기를 건 금융 도전장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금융 시장에 이례적인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바로 100년 만기에 달하는 초장기 회사채를 발행한 건데요. IT 기업이 이렇게 긴 만기의 채권을 내놓은 것은 1990년대 닷컴 버블 시절 IBM과 모토로라 이후 약 30년 만입니다. 알파벳은 이번 채권 발행을 통해 총 200억 달러(한화 약 27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AI 경쟁이 소프트웨어와 아이디어 싸움을 넘어,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 인프라 전쟁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알파벳이 목표했던 규모를 훨씬 넘어서는 10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쇄도했고, 특히 40년 만기 채권의 금리는 미국 국채보다 0.95%포인트나 낮은 수준으로 형성되며 조달 비용이 크게 절감됐습니다. 파운드화와 스위스프랑으로 발행한 채권에도 기록적인 수요가 몰렸습니다. 투자자들은 단순히 구글의 현재 가치가 아니라, 100년 후의 미래 성장성에 돈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채권시장이 100년 후의 구글을 믿는 이유

과연 채권 투자자들은 왜 이렇게 위험해 보이는 장기 투자에 열광했을까요? 그 첫 번째 이유는 알파벳의 압도적인 재무 안정성입니다. 무디스와 S&P가 매긴 알파벳의 신용등급은 각각 ‘Aa2’와 ‘AA+’로, 이는 한국이나 영국 같은 주요 선진국 국가 신용등급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채권 시장에서 이 등급은 ‘거의 무조건 갚는다’는 신뢰를 의미합니다. 즉, 투자자들은 구글이 100년 후에도 여전히 건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AI 투자의 성격 변화에 대한 이해입니다. 지금의 AI 경쟁은 데이터센터 건설, 전력망 확보, 반도체 조달 등 철도나 댐 건설에 비유할 수 있는 거대한 기간산업 투자를 필요로 합니다. 알파벳은 올해 AI 인프라에만 약 1,750억 달러(약 235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런 투자는 단기간에 결실을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해 장기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겠다는 전략은, AI 경쟁이 마라톤과 같다는 인식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던 겁니다.

빅테크 자금 조달 러시와 시장의 변화

알파벳만 이렇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메타는 300억 달러,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잇따라 채권을 발행했으며, 오라클은 25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주요 빅테크 5개사의 최근 채권 발행 규모는 지난 5년 평균의 4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빅테크의 초대형 자금 조달 러시는 AI 인프라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자본 시장의 판도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의 자금을 대거 빨아들이면 다른 일반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는 ‘구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등 금융 시장에 일종의 경계 신호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현상이 AI 산업을 이제는 금융 시장이 공식 인정하는 핵심 기간산업으로 승격시켰다는 반증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결국 알파벳의 100년 만기 채권은 하나의 금융 상품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됩니다. 기술 기업의 미래에 대한 신뢰가 국가 수준에 도달했고, AI의 패권을 잡기 위한 전쟁이 이제 자본이라는 탄약을 앞다퉈 확보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